'프로듀스101 시즌2'의 순위 발표식/사진제공=Mnet
25일 트위터에 ‘내 새끼’라는 단어를 검색해 나오는 글 중 90% 이상은 ‘내 새끼’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연습생)을 지칭했다. 특히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듀스101 시즌2’ 연습생 팬들의 글이 많다.
◇日서 인기 끌던 '성장형 아이돌'…韓 본격 상륙
‘프듀’ 이전 국내 인기 아이돌은 대부분 ‘완성형’이었지만 ‘프듀’에서 데뷔하는 아이돌은 ‘성장형’이다. 연습생은 A에서 F등급까지 실력에 따라 나뉘지만, 실력보다도 방송에 비친 캐릭터가 시청자 투표에 영향을 준다. 팬들은 연습생의 인간적 모습을 보며 유대감을 쌓는다.
◇사비로 명품백 걸고 투표 이벤트…판촉물 뿌리며 거리홍보도
‘성장형 아이돌’의 팬이 자신을 (아이돌)연습생의 ‘맘’이나 ‘앰’으로 칭하는 것은 시작부터 함께 한다는 유대감에서 비롯한다. 팬들은 자식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부모 마음으로 ‘내 새끼’를 챙긴다. 이들은 연습생을 좋아하는 것을 ‘입양’, 싫어지는 것은 ‘파양’이라고 부른다. 한 연습생 팬 모임은 이름을 ‘OO 어머니회’라고 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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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101 시즌2' 연습생 팬들이 지하철에 게시한 광고/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내 새끼' 데뷔해야 하니까 팬들은 기꺼이 사비를 쓰고, 거리로 나간다. 최근 서울 주요 지하철역의 광고판은 ‘프듀’ 연습생들 사진으로 가득차 있다. 팬들이 돈을 모아 광고를 게시했다.
93억원 잔액이 있는 통장 내용을 공개해 화제가 된 팬도 있다. A연습생의 팬인 그는 A연습생에게 투표한 사진을 보내면 명품백을 주는 이벤트를 열었다. A연습생을 홍보하던 그는 “진짜 명품백을 줄 건지 증명하라”는 누리꾼들 요구에 통장 내용을 공개했다. 서울 강남, 홍대 인근에서 연습생의 사진을 인쇄한 홍보용 물티슈나 부채를 나눠주는 팬들도 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요즘 팬들은 웬만한 연예 기획사 홍보팀보다 큰 비용과 노력을 들여 아이돌을 홍보하는데 그 적극성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프로듀스 101 시즌2' 한 연습생의 팬이 사비로 명품백 증정 이벤트를 열었다./사진=트위터
아이돌을 좋아하는 이들은 팬 활동이 생활에 활력소가 된다고 말한다. ‘프듀’에 출연하는 한 연습생의 열성팬 윤나영씨(28)는 퇴근해 연습생 영상을 찾아보는 것이 하루의 낙이다. 그는 “아이나 반려동물을 보러 집에 일찍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겠다”라고 말했다. 5년간 한 아이돌 그룹을 좋아해 왔다는 박소영씨(26)는 “좋아하는 아이돌이 잘되면 내가 성공에 기여했다는 성취감이 들어 일상생활에도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육아하듯 아이돌 팬에 몰입하는 현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아이돌 팬은 “아이돌을 내 새끼, 내 애라고 부르면서 가족같이 끈끈한 유대감을 품었다가 감정이 과해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자칫 ‘내 아이돌’만 아는 이기주의로 흐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프듀’ 연습생 팬덤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연습생들이 과도한 악성 댓글과 루머로 고통을 겪은 것도 이 같은 이기주의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아이돌 팬들은 육아와 비슷한 양상의 팬 활동을 '유사 육아'라고 부른다. 이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사진=트위터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아이돌(연습생)을 좋아하는 것은 취향의 문제일 뿐인데 이를 논리적인 판단에 의한 것처럼 보이게 해 경쟁을 극대화하고 있다"며 "이런 제작진의 의도에 시청자가 감정적으로 따라가면사 여러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팬덤 간 경쟁이 격해질 수 있는 ‘프듀’와 같은 프로그램의 경우, 제작 과정에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고 엄정하게 실력을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