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청와대 움직이는 숨은 파워 '비서관'

머니투데이 김성휘 우경희 최경민 김민우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2017.05.2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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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靑 숨은 파워 '비서관', 수석 뒷받침하고 행정관들 이끌고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1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민정·홍보·인사수석·총무비서관등 비서실 인선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임종석(왼쪽부터)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조현옥 인사수석비서관, 윤영찬 홍보수석비서관, 이정도 총무비서관. 2017.05.11./뉴시스【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1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민정·홍보·인사수석·총무비서관등 비서실 인선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임종석(왼쪽부터)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조현옥 인사수석비서관, 윤영찬 홍보수석비서관, 이정도 총무비서관. 2017.05.11./뉴시스


대통령은 국가 경영의 최고 중심 지위다. 청와대는 대통령을 보좌해 국정을 움직인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누가 움직일까. 비서실장, 안보실장, 정책실장등 '3 실장'과 정무수석, 민정수석과 같은 수석비서관이 언론과 포털에 오르내리지만 실제 청와대 업무의 중추는 그 아래 비서관들이다.

청와대 비서관은 공무원 직제상 1급. 일반직 공무원이라도 중앙부처 실장, 본부장 등 핵심보직이지만 '청와대'라는 점에서 여느 1급보다 돋보인다. 비서관은 대통령에 보고하고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하는 수석들과, 각 부처와 현장을 발로 뛰는 행정관들 사이에 자리한다. 소통과 정보의 통로이자 각종 청와대 의사결정의 초안이 비서관 단계에서 나온다.



청와대는 장소 명칭일 뿐 정부 직제에는 '대통령비서실'로 부른다. 문재인 대통령은 비서실을 2실장(장관급), 수석(8명)과 보좌관(2명) 등 10명의 차관급, 41명의 비서관으로 꾸렸다. 비서실과 별도인 국가안보실엔 차관급인 1차장·2차장 산하에 각 영역별 비서관이 있다. 경호실까지 고려하면 실제 청와대 비서관 숫자는 50명 안팎이다.

비서관은 출신에 따라 크게 두 종류다. 주로 정치권에 있으면서 대통령을 보좌해 청와대 들어오는 경우 어쩌다 공무원이 됐다고 '어공', 직업공무원으로 소속 부처에서 청와대에 파견오는 경우는 늘상 공무원 즉 늘공이라 한다. 비서관 직위엔 '어공'과 '늘공'이 섞이는데 대부분 실세 비서관은 '어공'에서 나온다.



특히 직제표에서 각 수석 바로 아래 표시되는 비서관이 선임 격이다. 정무수석실 정무기획비서관,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 인사수석실 인사비서관 등이다. 국민소통수석(옛 홍보수석) 아래엔 홍보기획비서관이 그런 자리다. 비서실장 직속으론 국정상황실장, 부속비서관 등이 꼽힌다. 대통령의 마음을 읽고 연설문을 써야 하는 연설비서관도 요직이다. 박근혜정부때 연설기록비서관인 것을 문재인정부는 연설과 기록은 다르다며 연설비서관과 국정기록비서관으로 나눴다.

이들이 대중에 알려지는 경우도 많다.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 윤건영 전 정무기획비서관 등이다. '국정상황실장'으론 이광재 전 의원이 유명세를 탔다. 그 끝이 불명예가 되기도 한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민정비서관으로 박근혜정부 청와대에 발을 들여놓고 신임을 얻었지만 국정농단의 한 축이 됐다. 자금출납을 맡던 총무비서관, '문고리권력'이라는 부속비서관(옛 부속실장)은 자칫하면 불법과 비리의 주역으로 자신이 모시던 대통령의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다.

한편 비서관들은 실무를 담당하는 행정관들과 팀을 이룬다. 행정관은 3~5급으로 그중 선임행정관은 3급이다. 선임행정관은 때로 비서관에 맞먹는 파워를 갖기도 한다.


막강 권력 휘두르다 '잔혹사' 쓰기도…靑 5대 핵심 비서관은

문재인정부 청와대(대통령비서실) 직제/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문재인정부 청와대(대통령비서실) 직제/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1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청와대 비서관은 잘 드러나진 않지만 청와대를 움직이는 실질적 동력이다. 위로는 수석과 비서실장·정책실장, 아래론 행정관(3~5급)과 함께 대통령의 국정을 보좌한다. '비서'란 표현이 무색할만큼 국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은 정치권과 역대 청와대 관계자를 통해 40명 넘는 비서관 중에서도 5곳을 추렸다. 청와대를 이해하는데 없어선 안될 핵심 요직이다.

대통령의 눈과 귀, 국정상황실장 = 국정상황실장은 이름처럼 사실상 모든 국정상황 전반을 점검, 확인하고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그래서 역할 자체보다 누가 맡느냐가 중요하다. 대통령의 핵심측근이라면 그 위상이 올라간다. 참여정부때 이광재 국정상황실장이 대표적이다. 비서관급이지만 유일하게 '실장'이란 명칭을 쓴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대중 대통령때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다. 정무능력, 전략가적 면모가 이들의 공통점이다. 국정상황실장은 이명박정부 청와대 개편으로 기획관리비서관, 기획관리실장 등으로 불렸다. 박근혜정부 청와대에선 다시 개편, 국정기획수석실 등에서 관련 업무를 봤다. 문재인 정부 국정상황실장은 아직 공석, 임명되지 않았다.

내부적으로는 윤건영 전 대선캠프 상황실 부실장이 업무를 하고 있다. 윤 실장에 대한 문 대통령 신임은 각별하다. 국민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정무기획비서관을 지냈다. 2012년 문 대통령이 총선에 당선, 정치를 본격 시작할 때 측근이자 거의 유일한 참모로 일정 공보 수행까지 도맡아 보좌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 협상에 배석하기도 했다. 정치적 참모로서뿐 아니라 인간적 신뢰도 쌓았다. 올해 대선캠프에서 주요 살림살이가 그의 손을 거쳤다.

문고리 권력 부속비서관=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대통령과 배우자의 일정을 챙기는 등 지근에서 보좌하는 최측근이다. 각 수석실에서 작성된 각종 문서도 부속비서관실로 모인다. 1부속비서관이 대통령을, 2부속비서관이 배우자를 챙긴다. 역대 부속비서관들 중 이른바 '문고리 권력'을 행사하다가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적잖았던 것은 이런 구조 탓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속비서관으로 내정된 송인배 전 선거대책위원회 수행총괄팀장은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일정에 동행하며 사실상 1부속비서관 역할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의 청와대 출근 첫 날 주영훈 경호실장과 함께 관저에서 대기하다가 출근길을 함께했다.

2부속비서관을 맡게 된 유송화 전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도 2012년 대선에 이어 이번 대선 기간 내내 김정숙 여사를 수행한 이다. 요직중의 요직인 부속비서관이지만 박근혜 정부땐 잔혹사의 새 페이지를 썼다. 박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최순실에게 전달한 인물이 바로 정호성 전 1부속비서관이다. 대통령에게 가려면 그를 거쳐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문고리 권력을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철·우병우 거쳐간 민정비서관 = 민정비서관은 다른 비서관보다 ‘한급’ 위로 인식된다. 권한이 막강한 ‘민정수석’의 바로 아래 선임비서관 자리인데다 업무 영향력이 세다. 민정수석의 ‘민정’(民情)은 백성의 뜻을 살핀다는 의미다.

청와대 민정수석은 국정원·검찰·경찰·국세청·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 업무를 총괄하기 때문에 이들 기관에서 나오는 정보는 모두 민정수석실로 모여든다. 민정수석은 검찰과 법무부에 대한 인사검증권한도 갖고 있기 때문에 ‘나는 새도 떨어 뜨린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 모든 정보의 1차 취합자가 민정비서관이다.

역대 정부에서 민정비서관은 통상 검찰출신이 차지해왔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민정비서관을 거쳤다. 법조인이 아닌 민정비서관으로는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대표적이다. 이 전 민정수석은 참여정부에서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을 하던 시절에 민정비서관을 지냈다.

대통령 이미지를 만든다 홍보기획비서관 = 홍보기획비서관은 국민소통수석실(전 홍보수석실)의 선임 비서관이다. 국민소통수석실은 대언론 정책 및 대통령 홍보를 담당하는데, 홍보기획비서관 외에도 대변인·뉴미디어비서관·해외언론비서관·춘추관장 등이 활동한다.

홍보기획비서관은 정부의 홍보정책 전반을 기획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청와대의 언론 정책을 총괄하기도 하고, 대통령 PI(President Identity, 최고경영자의 이미지) 기획을 주도하기도 하며, 국정홍보정책을 조정하는 역할도 한다. 역대 정권은 업무 특성상 기자출신을 홍보기획비서관 자리에 선호해왔다.

홍보기획비서관으로 가장 잘 알려진 인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 양정철 전 비서관이다. 양 전 비서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이번 정부에서 '백의종군'을 선언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양 전 비서관은 2007년 이른바 청와대발 '취재지원 선진화방안'을 주도해 유명세를 탔다. 기자실 통폐합 조치로 대표되는 그의 대언론 정책에 노무현 정부와 언론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악화됐던 바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의 최측근 추부길 전 홍보기획비서관이 구설수에 올랐다. '대운하 전도사'로 불린 추 전 비서관은 2008년 이 전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부터 홍보기획비서관에 임명돼 '한반도 대운하' 구상을 적극 홍보했다. 하지만 2009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이후 실형을 선고받았다.

부활한 정무기획비서관 = 정무기획비서관은 청와대 정무수석실의 선임 비서관이다. 여기서 ‘정무’(政務)란 정치나 국가 행정에 관계되는 사무를 의미한다. 대국회·정당 업무와 행정과 치안에 관련한 사안을 챙긴다. 정무기획비서관은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국회, 정당에 관한 정보를 취사선택하고 정세에 대한 판단을 보고서로 작성한다. 정무수석은 이를 토대로 정부-국회-국민의 가교역할을 한다.

개혁입법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회와의 관계가 중요한 만큼 정무기획비서관의 중요성도 커진다. 참여정부시절엔 당-청분리를 원칙으로 내세우며 정무수석직을 폐지하고 비서실장 산하의 업무조정비서관과 정무기획비서관을 하나로 통합해 ‘기획조정비서관’과 ‘정책조정비서관’을 신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청갈등이 심화되고 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이 본격화되자 제17대 대선을 앞두고 정무수석직을 부활시켰고 정무기획비서관 자리도 복원했다. 이명박정부에서는 청와대 기획관리실장,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김두우 한국정책재단 상임이사가 정무기획비서관을 지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첫 정무기획비서관에 진성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전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대책위원회 TV토론단장, 2012년 대선 땐 대변인을 지냈다. 대통령이 당 대표를 하던 시절에는 당 전략기획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문재인의 호위무사'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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