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성장기 진입…2020년 토종기술로 달까지 쏜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7.05.29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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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KLSV-Ⅱ시대’ 준비하자-1회]전세계 시장규모 400조원, 韓비중은 0.6%

편집자주 우주여행, 달택배, 화성 신도시 등 SF(공상과학)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아이디어들이 속속 현실화될 전망이다. 민간 우주선개발업체 스페이스X는 내년 말 쯤 민간인 2명이 달 관광을 떠난다고 밝혔다. 블루오리진은 달까지 배달이 가능한 택배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이는 저비용·재활용 로켓 등 우주기술을 경제성 있게 개량해 ‘우주시장 민간화’를 꾀하고 있는 선두 우주기업의 움직임을 볼 때 현실과 아예 동떨어진 청사진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 하지만 한편에선 아직 민간 기업들의 위험을 무릅쓴 우주 선도 기술 개발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주개발은 공공성이 강한 분야인데다 기술수명 주기가 길고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투입되는 까닭이다. 우주기술서비스 다각화로 수백조원의 우주 황금어장 수확에 일찍이 나선 우주 선진국의 시도는 비단 그들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도 현재 개발 중인 ‘한국형발사체(KLSV-Ⅱ)’가 2020년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우주기술자립국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한국형발사체의 다양한 활용 방안 마련, 국내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하는 동시에 ‘포스트 KLSV-Ⅱ시대’를 대비한 고부가 우주 비즈니스를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머니투데이는 현재 추진 중인 KLSVⅡ 개발 현황을 점검하고, 앞으로 맞게 될 우주산업 ‘민간 시대’에 풀어야 할 과제들을 짚어본다.〈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한국형발사체 상상도/자료=항우연 한국형발사체 상상도/자료=항우연


우리나라 우주개발 예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정부가 실시한 ‘2016 우주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국가 우주개발 예산은 2015년 기준 6887억 원 규모다. 20년 간 약 23배 증가한 것이다. 우주 산업에 참여하는 산업체도 점차 늘어 2015년 기준 300개로 조사됐다. 이들 기업의 우주 분야 매출액은 약 2조 4877억 원 정도다. 하지만 이 같은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우주 산업은 여전히 선진국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세계 우주시장 규모는 2015년을 기준으로 3353억 달러에 달한다. 우리 돈으로 치면 약 400조원 규모다. 이 시장에서 우리가 차지한 비중은 불과 0.6%에 그친다.



[표]2015년 주요 국가의 정부 우주예산(출처 : The Space Report 2016)[표]2015년 주요 국가의 정부 우주예산(출처 : The Space Report 2016)
국력을 상징하는 우주개발 예산에서도 우주 선진국들과의 격차는 크다. 미국은 우리 보다 약 80배나 많고, 중국은 약 7.6배가 많다. 러시아, 일본 역시 우리보다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우주개발은 대량생산 산업이 아니라 첨단기술 중심의 연구개발형 전략산업이다. 때문에 고급 인력에게 양질의 일거리를 제공할 수 있고, 부가가치가 높으며, 타 산업으로 전파되는 기술 효과도 크다.

국가안보에 핵심이 되는 기술이기 때문에 전략적 가치도 크다. 이미 반세기 이상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해 온 선진국들이 여전히 우주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은 1990년대 초반 시작됐다. 우주개발 전문 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이 설립된 때가 1989년이다. 선진국에 비해 30~40년 이상 늦은 출발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른 기술적 성과를 이뤄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위성개발 분야는 현재 세계 6∼7위권으로 꼽힌다. 지구 저궤도 위성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고, 정지궤도와 핵심 탑재체 기술 수준도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위성만도 다목적 실용위성 6호와 7호, 정지궤도복합위성 2A·2B호, 차세대중형위성, 차세대소형위성 등 6기에 이른다.

한국형발사체 75톤급 액체엔진 1호기/사진=항우연한국형발사체 75톤급 액체엔진 1호기/사진=항우연
발사체 분야는 아직 부족하다. 90년대 초반부터 과학로켓 개발에 나서 KSR-1호·2호·3호를 개발하고 2002년부터 우주발사체 개발에 착수했다. 러시아와의 협력과 10년에 걸친 개발 끝에 2013년 나로호나로호(KSLV-I) 발사에 성공했다. 나로호를 통해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1단 로켓을 러시아에서 도입하면서 중대형엔진 등 우주발사체에 활용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의 완전한 자립이 과제로 남았다. 항우연은 나로호 사업 이후 1.5톤급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성능의 한국형발사체(KLSV-Ⅱ) 개발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은 이제 도입기를 지나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민간산업체의 참여를 확대하고 향후 우주 개발 사업에 필요한 핵심 기술들을 중점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항우연은 그동안 축적한 위성 제작 기술을 산업체에 이전하는 등 산업체가 우주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미 차세대중형위성, 다목적실용위성7호 등 국가 위성개발에 산업체의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대한민국 200대 중점 우주기술개발 로드맵’도 같은 맥락이다. 정지궤도위성발사체, 달·화성 탐사 등 2040년까지 큰 그림에서 계획된 국가 우주개발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필요한 기술들을 중점적으로 자립시킨다는 계획이다.

조광래 항우연 원장은 “우리나라는 우주개발을 늦게 시작했지만 빠른 속도로 기술 발전을 이루고 있다”며 “아직 선진국과의 격차가 있지만 지속적인 정부 지원이 있다면 머지않아 우주산업을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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