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강조한 새 정부 첫 경제부총리…한은 정책조합 기대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7.05.22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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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후보자 재정정책 역할론 언급…이주열 총재와 금통위원들도 비슷한 인식

새 정부 첫 경제부총리로 지명된 김동연 아주대 총재(사진 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 오른쪽). /사진제공=뉴스1새 정부 첫 경제부총리로 지명된 김동연 아주대 총재(사진 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 오른쪽). /사진제공=뉴스1


새 정부 첫 경제부총리로 김동연 아주대 총장이 지명되자 거시경제 정책 파트너인 한국은행은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통화정책 독립성을 보장하면서 합리적 거시정책 조합을 구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예산실장, 기획재정부 2차관을 역임한 ‘예산통’이다. 당시에는 재정의 효율적 집행으로 국가채무를 줄이는 건전성 대책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4년이 지난 현재 이런 인식이 다소 바뀌었다.



김 후보자가 예산을 총괄했던 2010~2012년은 글로벌금융위기 직후 경기 회복세로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비교적 높은 수준이었다. 실제로 2010년 성장률은 6.5%, 물가상승률은 2.9%였고 2011년은 성장률 3.7%, 물가상승률 4%를 기록했다.

김 후보자가 기재부를 떠난 2013년 이후 2%대 저성장, 1%대 저물가 현상이 지속됐다. 박근혜 정부 4년간 3번의 추가경정예산, 다섯 차례 금리인하로 경기부양을 도모했으나 성장률 반등에는 실패했다.



김 후보자는 이런 상황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이 타당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경제부총리로 지명된 지난 21일 저녁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추경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지금처럼 저금리, 저물가 상황에서는 재정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정책 전달 채널로 봤을 때 재정보다 통화정책이 유효했다는 게 고전적 관점이었다면 지금은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한은 금리인하를 직‧간접적으로 요청했던 이전 정부의 경제사령탑들과 다른 인식을 나타낸 셈이다.


이런 정책 방향성은 이주열 총재를 비롯한 한은 금통위원들의 인식과 궤를 같이 한다. 한은은 지난해 6월 금리인하(1.50%→1.25%) 이후 10개월째 금리동결 기조를 유지하면서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금리인상, 자본유출 위험, 가계부채 증가세 등을 고려할 때 추가 금리인하는 어려워진 상태다. 때문에 한은은 내심 금리동결 기조를 유지하는 동안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집행을 통해 성잠잠재력을 끌어올리기를 기대한다.

이 총재는 지난 4월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향후 성장·물가경로 고려했을때 금리인하 필요성 이전보다 줄었다“고 말했다. 이달 초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경제활성화 대책이 추진되면 수출 회복세와 함께 본격적인 성장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새 정부 초반 기재부와 한은의 거시정책 공조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한은이 대외 경제상황을 고려해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하는 시점에 정부 재정정책 기조와 불협화음을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후보자와 이 총재는 글로벌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한은 부총재보를 역임하면서 함께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이 총재는 22일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후보자에 대해 “경제정책 수립과 운용에 경륜이 풍부하고 훌륭하신 분”이라고 호평했다.

이 총재는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부총리에 임명되면 만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웃음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전임 경제부총리들은 취임 직후 한은 총재를 만나 정책 공조를 다졌다. 현 유일호 부총리는 지난해 1월 취임 후 이틀 만에 이 총재와 회동했다. 최경환 전 부총리도 취임 닷새 만에 이 총재와 만났다. 현오석 전 부총리는 이 총재 부임 하루 만인 2014년 4월 2일 직접 한은은 찾아 대화를 나눴다.

이에 따라 김 후보자가 경제부총리에 취임한 뒤 이 총재와 어느 시점에 만날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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