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4차 산업혁명, '메가딜레마'에 직면한 유통업계

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2017.05.22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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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 직원들보다 많은 로봇 점원들이 쫙 깔릴 뻔 한거죠."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서비스 개발을 위해 꾸려진 팀에 소속된 한 유통업계 직원으로부터 다소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계약이 체결되지 않아 기업명을 밝힐수는 없지만 글로벌 업체로부터 인간형 인공지능 로봇 도입 검토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는 것. '딥러닝'을 통해 점점 진화하는 등 뛰어난 성능을 지닌 이 로봇을 도입할 경우 화제성은 물론 서비스 개선도 기대할만하지만 초기 계약물량을 수천여대로 제시해 계약을 체결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비록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인류가 로봇과 '일자리 경쟁'을 하는 미래가 이미 성큼 다가왔다는 생각에 놀라움이 컸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스를수 없는 시대적 화두, '메가트렌드'에 직면한 유통업계는 대응에 분주하다. 저마다 4차 산업혁명 대응과 관련한 팀을 구축하고 외부 기술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제는 제법 본격적인 '작품'들도 나온다. 지난 17일에는 세븐일레븐을 주축으로 롯데카드, 롯데정보통신 등 롯데계열사들이 협업해 국내 최초 스마트 편의점을 선보였다. 카드나 현금없이도 손의 정맥으로 셀프결제를 하는 등 최신 7대 기술을 활용한 똑똑한 편의점이다.



그렇지만 유통기업들이 메가트렌드 대응과 함께 맞닥뜨린 '메가딜레마'도 있다. 바로 일자리 문제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개발한 신기술을 적용하게 되면 당연히 기존 인력들의 업무가 신기술로 대체될 것이고, 비용 측면에서 '인간 고용'을 줄이게 되는 시나리오가 그려질수 밖에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초 유통업계를 대상으로 4차 산업혁명 관련 CEO 간담회를 열었다. 대응 현황과 애로사항을 듣고 향후 5년간 150억원을 투입해 유통업계의 AI(인공지능)·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과 같은 신기술 도입을 지원키로 하는 등 정부차원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막상 그럴싸한 작품을 내놓고도 '고용 축소'라는 부정적인 시선에 먼저 맞닥뜨리게 된다. 비단 유통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기술이 인력을 대체하는 현상은 뚜렷해질 수 밖에 없다. 생각보다 일찍 찾아온 거대한 딜레마에 부닥치게된 기업들에 정부 차원의 중장기적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기자수첩]4차 산업혁명, '메가딜레마'에 직면한 유통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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