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현 터치포굿 대표가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홍보에 사용한 현수막으로 제작한 가방을 착용한 모습. /사진=김창현 기자
대선 현수막을 재활용하는 업사이클 사회적기업 터치포굿.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만난 이 회사 박미현 대표(32)는 이번 대선을 "품위 있었다"고 평가하며 현수막 업사이클 프로젝트 '5년의 약속'에 대해 설명했다. 터치포굿은 2008년부터 400여종의 업사이클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응원했던 후보들을 계속 지켜봐 줬으면 하는 뜻에서 업사이클 가방을 만들었다"며 "선거 후 현수막은 버려지고 후보들도 점점 잊히겠지만 가방을 통해서라도 관심을 이어갔으면 한다"고 프로젝트 취지를 설명했다.
2014년 서울시장 선거 현수막으로 제작된 가방(위)과 가방 안쪽에 부착된 당선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핵심공약. /사진=터치포굿
박 대표는 "문 대통령 핵심 공약을 헝겊에 새겨 가방 안쪽주머니에 부착하면 사람들이 가방을 멜 때마다 보게 된다"며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공약 이행과 정치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선거 때 마다 상당한 비용이 현수막에 투입되지만 현수막 대부분이 소각·매립되는 데 문제의식을 갖고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선 현수막 비용은 35억~38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선거법에 따라 전국 3491곳 읍면동 단위에 1개씩 설치가 가능한 대선후보 홍보 현수막은 전국 2만여개. 설치와 수거·폐기는 각 당의 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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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단순히 환경을 위해 쓰레기를 업사이클 하는 게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다"며 "현수막이 이렇게 친환경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미현 터치포굿 대표./사진=김창현 기자
박 대표는 업사이클은 생활 속에서 지나치기 쉽다고 설명하며, 최근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수석들과 가진 커피 산책에서 종이컵을 사용한 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종이컵이 아니라 재생 텀블러를 사용했으면 어땠을까요"라며 "재활용과 업사이클은 꼭 필요하지만 이렇게 쉽게 지나칠 수 있고, 단순히 버려지는 것을 재활용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개인이 업사이클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 그는 2015년부터 업사이클을 위한 소재와 정보를 개인·업체에 제공하는 중개소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