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 부푼꿈… 행정수도 이전 공약 실현되나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7.05.20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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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부동산]S-1생활권, 국회분원 후보지 유력… 인근 생활권도 기대감 만발

정부청사, 세종호수공원 등과 인접해 세종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한뜰마을3단지(세종더샵레이크파크) 전경. /사진=김사무엘 기자정부청사, 세종호수공원 등과 인접해 세종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한뜰마을3단지(세종더샵레이크파크) 전경. /사진=김사무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생각에) 매물이 쏙 들어갔어요. 지난해 집값이 주춤하긴 했는데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다시 나오니까 최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어요.”(세종시 어진동 T공인중개소)

세종시가 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013년 본격적인 입주 이후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든 세종시 부동산이 행정수도 이전을 계기로 추가 상승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 분원과 행정자치부 등 주요 기관이 이전할 자리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지역은 개발 기대감이 실제 호가와 실거래가에 반영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세종시 집값이 거의 꼭지(최고점)에 다다랐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 정부가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구체적인 구상과 플랜을 마련하면 얼마든지 추가적인 집값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회 분원 등 유력 후보지 S-1생활권…행정수도 기대감에 아파트값 ‘껑충’
 
19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따르면 세종시는 정치행정수도를 목표로 주요 국가기관의 이전·설치가 추진된다. 서울에 있는 행정자치부와 과천 미래창조과학부의 이전이 유력시되고 국회 분원 설치도 추진될 예정이다.
 
국회 분원 등 주요 기관이 이전할 자리로 유력하게 검토되는 지역은 S-1생활권의 대규모 유보지(약 46만㎡)다. 유보지는 대규모 도시계획을 수립할 때 앞으로 도시의 확장이나 추가 개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남겨두는 미계획용지다.
 
세종시와 지역 공인중개소 등에 따르면 애초 이 지역은 청와대와 국회 설치가 검토된 곳이다. 2004년 행정수도 이전 특별법의 위헌 결정으로 청와대와 국회 이전은 무위로 돌아갔지만 앞으로 행정수도로의 추가 확장을 위해 용도를 특정하지 않고 남겨놓은 토지다.
 
국회 분원 등 주요 기관의 이전이 유력시 되는 세종시 S-1 생활권 유보지 위치도와 현장 모습. 국회 분원 등 주요 기관의 이전이 유력시 되는 세종시 S-1 생활권 유보지 위치도와 현장 모습.
S-1생활권 유보지는 정부세종청사와 직선거리로 1㎞가 채 안된다. 북쪽에는 원수산, 동쪽에는 전월산이 자리잡았고 남쪽으로 금강이 흐르는 배산임수 지형이다. 부지 바로 앞에는 세종의 랜드마크인 세종호수공원이 있어 대규모 공공기관이 들어서기에 최적의 입지라는 평가다.
 
세종시 관계자는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안에 유보지가 여럿 있지만 부지 규모나 입지 등을 따져봤을 때 S-1생활권만한 곳이 없다”며 “시는 이곳에 국회 분원 설치를 위해 국회를 적극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획이 확정된 단계도 아닌데 인근 아파트값은 벌써 요동치기 시작했다. 기대감이 호가와 실거래가에 반영된 상황이다. 가장 수혜를 보는 단지는 S-1생활권 유보지와 가장 가까운 어진동의 ‘세종더샵레이크파크’(한뜰마을3단지)다.
 
이 단지는 주변에 정부청사, 호수공원 등과 인접해 세종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통한다. 단지 내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전용 84㎡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4억원대 중후반이었는데 최근에는 5억2000만원까지 거래가 됐다”며 “지금은 매물을 다 거둬들여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다”고 전했다.

◇최근 주춤한 세종시 집값, 행정수도 옮기면 ‘제2의 전성기’?
 
세종시 전반에도 최근 주춤한 집값에 다시 불이 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세종시는 2012년 7월 ‘세종특별자치시’가 공식 출범한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높은 지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2013년 발표된 세종시 첫 표준공시지가는 전년보다 21.5% 오른 3.3㎡당 15만7436원이었다. 이는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로 당시 전국 평균 상승률(2.7%)보다 약 8배 높은 수준이었다.
 
@머니투데이 김현정 디자이너@머니투데이 김현정 디자이너
이후에도 세종시의 표준공시지가는 2014년 18.1%, 2015년 15.5% 올라 상승률 전국 1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안정기에 접어든 지난해부터 상승세가 꺾이는 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 2016년 12.9%, 2017년 7.1%로 지가 상승률은 여전히 전국 상위권이지만 최상위 자리는 제주, 부산 등에 내줬다.
 
새 아파트 입주가 어느 정도 완료되고 중심 생활권에 새로 분양할 사업장도 점차 줄면서 집값 상승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집값 상승 피로감도 시장에 반영됐다. 추가 개발 호재가 없는 이상 세종시 집값도 이젠 거의 최고점에 다다랐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세종시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3.3㎡당 984만원이다. 이는 지방 5개 광역시 평균(1013만원)에 근접하며 수도권 외곽지역인 김포시(1009만원) 평택시(903만원) 파주시(880만원) 등과 유사하거나 높은 수준이다. 지방 광역시나 수도권 외곽지역과 비교하면 세종시 집값은 이미 충분히 높은 수준이라는 시각이다.
 
세종시 한 분양업체 관계자는 “중심 생활권인 1·2생활권 개발은 거의 끝나 추가 가격상승 여력은 별로 없다”며 “행정수도 기대감은 높은데 아직 구체화 단계는 아니어서 전반적인 시세에 영향을 주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초기에 세종시에 입주한 생활권에선 입주 초기 집값 상승이 재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세종시 첫마을(2-3생활권)의 한 공인중개소는 “분양권 웃돈을 주고 여기에 이사 올 때만 해도 주변에선 ‘허허벌판인 곳에 뭐하러 가냐’는 말이 많았다”며 “그런데 지금은 당시보다 약 1억원 이상 집값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인근의 다른 공인중개소도 “행정수도 공약이 구체적으로 발표되면 세종시 부동산도 다시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가 지닌 발전 잠재력이 행정수도 이슈와 만나 시너지를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콘텐츠본부장은 “세종시는 (행정수도 이슈 없이도) 발전 가능성 그 자체만 보고 청약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기본적으로 실수요자도 많아 앞으로 가장 발전 가능성이 기대되는 곳”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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