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국고보전금만 1000억원대…정당들의 '선거 재테크'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2017.05.04 08:52
글자크기

선거보전금 역대 최대규모 전망…선거보조금과 선거보전금 중복지원으로 정당 재산 늘어날 듯

이번 대통령선거가 끝난 후 유력 정당에 들어가는 국고보전금이 역대 최대 규모로 치솟을 전망이다. 일부 정당은 선거비용 이상을 돌려받게 된다. 말 그대로 ‘남는 장사’다. 최대 100억원 이상의 재산을 불리는 정당도 나올 수 있다.

그만큼 많은 국민 세금이 정당 재산으로 흘러들어가는 구조인데, 이는 선거 때마다 반복된 현상이다. 그 사이 유력 정당들의 재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기형적인 현상을 바로잡으려는 노력도 이뤄졌지만 정작 정치권의 반응은 소극적이다.



4일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대통령선거가 끝난 후 70일 이내에 선거보전금이 지급된다. 선거보전금은 선거비용 제한액 이내에서 후보자가 지출한 선거비용을 정부에서 보전해주는 제도다.

후보자의 득표율이 15% 이상인 정당은 선거비용을 전부 보전받는다. 득표율이 10% 이상, 15% 미만이면 절반을 돌려받는다.



기획재정부는 조기대선의 영향으로 선거보전금을 올해 예산에 반영하지 못했다. 대선이 통상 12월에 진행됐다는 점에서 선거관리비만 예산에 반영하고, 선거보전금은 내년 예산에 반영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대통령선거의 보전금은 예비비에서 지출된다.

대선 국고보전금만 1000억원대…정당들의 '선거 재테크'


최근 각 후보들의 지지율 추이를 보면 선거보전금은 1000억원대로 치솟을 수 있다.

올해 선거비용 제한액은 약 510억원. 일각에선 득표율 15%를 넘기는 후보가 최소 3명 이상 나올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 경우 선거보전금은 1000억원대를 넘기게 된다. 득표율 10%를 넘긴 후보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에서 선거보전금은 당시 새누리당(453억원), 민주통합당(466억원)에만 지급됐다. 2007년 17대 대통령선거의 경우 대통합민주신당(382억원), 한나라당(348억원)과 함께 무소속의 이회창 후보도 15.07%의 득표율로 130억원의 보전금을 받았다.

문제는 선거보전금이 중복지원된다는 점이다. 선거보전금과 함께 지급되는 선거보조금 때문이다. 정부는 대통령선거 후보 등록이 이뤄지면 각 정당에 선거보조금을 지급한다. 국회 의석을 보유한 정당을 중심으로 배분된다. 선거비용에 보태라는 의미다.

선관위는 올해 6개 정당에 총 421억4000만원의 선거보조금을 배정했다. 더불어민주당(123억6000만원) 자유한국당(119억8000만원)이 절반 이상을 가져갔다. 국민의당(86억7000만원) 바른정당(63억4000만원) 정의당(27억6000만원)에도 적지 않은 선거보조금이 들어갔다. 새누리당 역시 약 3000만원의 선거보조금을 받았다.

선거보조금은 선거비용으로 계산된다. 따라서 선거보전금을 정산할 때 국가가 준 선거보조금까지 비용으로 처리된다.

예를 들어 100억원의 선거보조금을 받은 A정당이 추가 비용 400억원을 포함해 총 500억원의 선거비용을 썼다고 가정하자. 만약 A정당의 후보가 득표율 15%를 넘겼다면 선거보전금으로 500억원을 받는다.

선거보조금을 제외하고 A정당이 지출한 금액은 400억원이지만 국가로부터 돌려받는 돈은 500억원이다. A정당으로선 100억원의 재산이 늘어난 셈이다. 심지어 A정당의 후보가 중도사퇴할 경우 선거보조금을 돌려받을 방법도 없다.

이같은 문제는 선거보조금(정치자금법), 선거보전금(공직선거법)의 근거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원칙적으론 선거보조금만큼 차감하고 선거보전금을 주는 게 맞지만 근거 법령이 달라 조율할 방법이 없다. 선관위도 지난 대선 이후 관련법 개정 의견을 냈다. 일부 의원들도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번 대선이 끝난 후 또다시 검토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