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준비된' 국민과 '얼치기' 후보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17.05.02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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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野野대결에서 선거 막판 기존 보수-진보 구도로 회귀…후보자들의 한계 드러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30일 오전 경기도 동두천 동두천큰시장 앞에서 유세를 갖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7.4.30/뉴스1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30일 오전 경기도 동두천 동두천큰시장 앞에서 유세를 갖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7.4.30/뉴스1


흔히 '선거는 구도 싸움'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훌륭한 인물이 좋은 정책을 들고 나와도 성공하기 힘든 현실을 빗댈 때 이 말이 인용된다. 실제 기존 정치권은 이념, 지역, 세력 등 구도를 짜고 선거를 주도한다. 무소속이나 소수정당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 절감하는 벽도 바로 구도다.

이번 대선에서도 구도의 위력이 확인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선거 막판 지지율 급상승을 이끌어내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우파와 좌파, 보수와 진보, 영남과 호남, 반문(반문재인)과 문재인 등 다양한 구도를 만들면서 자신에게 모일 수 있는 표를 최대한 짜내고 있다.



반면 나름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 했던 후보들은 구도의 덫에 걸렸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문턱을 넘지 못한 안희정 충남지사가 그랬다. "보수의 나라도, 진보의 나라도 아니다"고 포효하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2주전 지지율의 절반을 까먹었다. '가짜 보수'와 함께 '기호 2번'까지 버린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처지도 다르지 않다. 진영 논리를 초월해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보겠다던 이들의 외침에는 '얼치기'라는 비아냥이 따라붙는다. 자칭 정치전문가들은 이들을 향해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한 정체성은 양쪽 모두의 외면을 받게 된다”고 훈계한다. 구도를 만들고 한쪽 ‘편’을 들라는 충고다.

이들에 따르면 '새로운 정치'는 요원하다. 영원히 패배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요동치는 20~30%의 표심은 구도의 한계도 보여준다. 안희정, 안철수 등으로 이어져 온 표심엔 무언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구도를 뛰어넘어, ‘정권 교체 이상의 가치’를 요구하는 메시지였다.



다만 구도의 벽으로 실패를 치부할 수는 없다. 안타깝게도 후보들이 부응하지 못한 측면이 적잖다. 안 지사는 ‘대연정’의 구체적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안 후보는 ‘국민이 이긴다’고 외치다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다. 유 후보는 ‘색깔론’으로 자신의 장점을 스스로 없애버렸다.

그들 스스로 구도의 덫에 걸려 허우적댔을 뿐이다. 국민은 새로운 가치를 주지 못하는 후보를 택할 이유가 없다. 국민은 준비가 돼있었으나 후보들은 준비가 덜 됐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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