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주 전 김영사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75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영사는 28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30년 동안 김영사에 몸담았고 25년간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박 전 사장이 이 같은 상황에 처하게 돼 안타깝다"면서도 "법의 심판을 구할 부분은 법에게 묻고 직접 밝힐 부분은 상세히 공개해 진실을 바로잡기로 해서 지난해 6월 고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임 대표에 대한 예우와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해 2014년 9월 22일 외부 인사 입회 하에 '(주)김영사 피해 사실에 대한 박은주의 배상 책임 합의서'를 작성했다"며 "박 전 사장은 합의서 이행을 미루고 오히려 김영사 창업주가 부당한 방법으로 회사 경영에 관여했다고 주장하면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밝혔다.
김영사 전 직원 A씨는 "박 전 사장이 초반에는 리더십도 있고 회사를 잘 키우는 경영자로 유명했는데 점점 권위적으로 변한 부분도 있다. 회사의 돈도 (사적으로) 건드리는 것 같아 힘들어하던 직원들이 보다못해 김강유 회장에게 (경영 일선에 복귀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후 박 전 사장이 (김 회장을) 고발하면서 '김 회장이 사이비 종교다', '김영사 직원은 아침마다 출근해서 절해야 한다' 등의 소문이 돌았는데 사실무근이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악연은 2014년 5월부터 시작됐다. 박 전 사장이 갑작스럽게 사표를 던졌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김 회장은 그의 경영 비리를 문제 삼으며 대표직에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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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갈등이 표면화된 것은 2015년이다. 당시 박 전 사장은 "김 회장이 도산 위기인 친형 회사를 위해 수십억원을 부당 지원하도록 요구했다"고 주장하며 김 회장을 358억원에 달하는 업무상 횡령 및 배임, 사기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박 전 사장은 "김 회장이 운영하던 '금강경' 공부 모임을 이용해 자신과 모임 회원을 착취했다. 무소불위의 살아있는 부처님 행세를 한 사람"이라고도 주장했다.
박 전 사장 역시 '금강경'을 공부하며 김영사에 재직하던 1984년부터 2003년까지 20여년 간 김 회장이 차린 법당에서 기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시 월급, 보너스, 주식배당금 등에서 28억 원 가량을 김 회장에게 건넸고 매달 20만 원의 용돈만 받아왔다고도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김 회장에 대해 모두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박 전 사장이 항고, 재항고를 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조사 1부(부장검사 이진동)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박 전 사장에 대해 28일 영장을 청구했다. 구속 여부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진행하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된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사장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이원복·허영만 등 작가들에게 인세를 지급한 것처럼 꾸며 회사자금 60억원 상당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자신이 개인적으로 세운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회사에 15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