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독대 후 삼성생명 지주사 불허…대가성 없었다는 증거"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김성은 기자 2017.04.26 19:46
글자크기

(종합)이재용 부회장 7차 공판 '비진술 서증조사' 첫 진행…변호인단 "영재센터 지원 때도 최순실 존재 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수감된 지난 2월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사옥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수감된 지난 2월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사옥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수백억원대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변호인단이 2015~2016년 삼성생명의 중간금융지주사 전환 추진 당시 부정청탁과 대가관계 합의가 이뤄졌다는 혐의에 대해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당시 이런 일이 있었다면 금융위원회가 청와대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삼성생명의 지주사 전환 계획을 반대할 수 있었겠냐는 주장이다.



◇ "'금융위 반대' 청탁 없었다는 증거" =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에 대한 7차 공판기일에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특검)팀'은 금융위가 삼성생명의 지주사 전환 계획과 관련해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보고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작성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1월27일과 2월14일 금융위 실무국장과 부위원장 등이 차례로 청와대 담당 행정관과 안 전 수석에게 삼성생명 (83,800원 ▼1,000 -1.18%)의 지주사 전환 계획을 승인하기 어렵다고 보고했다. 금융위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다음날인 같은 해 2월15일 삼성생명에 공식적으로 승인 불가 방침을 전달했다. 삼성생명은 그 해 3월 말까지 지주사 전환 계획을 고수하다 4·13 총선 직전인 4월11일 계획 중단을 선언했다.



특검팀은 감독당국의 부정적인 입장에도 불구하고 삼성생명이 지주사 전환 계획을 고수할 수 있었던 것은 청와대 독대 당시 청탁과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삼성생명의 중간금융지주사 전환은 이 부회장의 지배구조 개편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금융위 보고서 내용을 제시했다.

변호인단은 이와 관련, "청와대 독대 다음날 곧바로 금융위가 삼성생명에 승인 불가 방침을 통보한 것은 독대 과정에서 청탁이나 대가관계 합의가 없었다는 증거"라며 "독대에서 모종의 합의가 있었고 박 전 대통령과 안 전 수석이 금융위에 관련 지시를 내렸다면 금융위가 승인 불가 방침을 통보할 수 있었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 독대 전후에 작성된 금융위 보고서에서도 청와대나 삼성생명에 대한 태도에 변화가 없다는 점이 드러난다"며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 매각 문제로 지주사 전환 계획을 포기할 때까지 금융위 누구도 대통령이나 청와대로부터 압력을 받은 증거가 없는데 특검팀은 억측과 선입견으로 혐의를 주장한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중간금융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특검팀의 주장과 반대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도 제기했다. 삼성생명이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로 전환하면 현재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처분해야 하는 지분을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인수하면 지배력이 유지된다고 주장했지만 변호인단은 매각대상 지분이 최소 5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계열사에서 인수하는 방안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의 지배력 약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간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했던 것은 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금융당국의 지시에 따라 보험계열사의 충당자본금 부담이 20조원 이상으로 늘어나는 데 대비하기 위해서였다"며 "특검팀은 삼성이 허용되지 않는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다고 하지만 금융지주사법 해석에 따라 금융위와 다른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영재센터 지원 당시 최순실·장시호 존재 몰라" = 변호인단은 이날 공판에서 삼성전자 (77,600원 ▼400 -0.51%)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여원을 지원하는 과정에 이 부회장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전면 부인했다. 최씨나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의 존재를 알지 못했고 지원을 결정하는 데 이 부회장이 관여하지도 않았다는 주장이다.

특검팀은 삼성전자가 영재센터에 대한 철저한 검증 없이 쫓기듯 지원 결정을 내렸고 이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합의한 대가관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이에 대해 후원금 지급 계약이 통상적인 경우보다 서둘러 진행된 것은 김종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에게 "대통령 관심사항"이라고 압박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또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의 대가관계가 없었다는 증거로 장씨와 이규혁 영재센터 전무 사이에 오간 문자메시지도 들었다.

변호인단은 "장씨 등의 공판에서 삼성전자가 한때 지원 결정을 늦춘 게 빙상계 내부의 파벌다툼 때문이었다는 게 드러났다"며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합의된 사안이라면 이 정도 문제로 후원을 주저하지 않았을텐데 이런 점을 신경썼다는 것 자체가 대가관계에 따라 이뤄진 지원이 아니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삼성전자의 영재센터 후원은 김재열 사장을 중심으로 제일기획이 주도했고 지원여력이 없는 제일기획이 업무협조를 요청해 삼성전자에서 최종적으로 후원한 것일 뿐"이라며 "이 부회장이나 삼성 미래전략실은 전혀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2016년 2월15일 독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영재센터 2차 지원 서류를 건넸다는 특검팀의 주장에 대해서도 "특검팀이 증거로 제시한 청와대 행정관과 최씨의 운전기사였던 방모씨와의 통화내역은 청와대에서 한참 떨어진 서울 강남구에서 이뤄진 것으로 시간이나 거리상 둘 사이의 통화내역을 근거로 이 부회장이 서류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