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취임 100일 맞이 버리이어티 쇼"

머니투데이 안근모 글로벌모니터 편집장 2017.04.27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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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경제]

편집자주 말로 잘 설명해 줘도 경제는 좀 어렵습니다. 활자로 읽으면 좀 덜하긴 하죠. 이해가 안 가면 다시 읽어보면 되니까요. 그래프로 보여주는 경제는 좀 더 쉬워집니다. 열 말이 필요 없이 경제의 변화 양상이 눈에 확 띕니다.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인다면 한결 이해하기 편해지겠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경제. 국내 유일의 국제경제 전문 분석매체 '글로벌모니터'의 안근모 편집장이 국내외 핵심 경제이슈를 말랑하면서도 날카롭게 풀어드립니다.

트럼프의 "취임 100일 맞이 버리이어티 쇼"


위 그래프는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지난달에 내놓은 장기 재정전망 보고서에서 가져왔습니다. CBO는 특정 정당에 치우치지 않은 중립적 기관으로서 그 연구성과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은 곳입니다.

위 그래프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추이와 전망을 보여주는데, 현재 77% 수준인 국가부채 비율이 30년쯤 뒤에는 146%로 높아진다고 합니다.



위에서 보듯이 미국의 국가부채 비율은 전쟁을 치를 때마다 껑충 뛰어오르곤 했죠.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서도 마치 전쟁이 난 것처럼 훌쩍 솟아오른 모습이 보입니다. 금융위기 때문이죠. 앞으로 몇 년 뒤부터도 부채비율이 다시 빠른 속도로 높아질 것이라는 게 CBO의 전망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고령화'입니다.

30년 뒤까지 내다보는 건 너무 멀게 느껴질 수 있겠죠. 그럼 CBO가 지난 1월에 공개한 2027년까지의 중기 재정 전망을 살펴보겠습니다. 앞으로 10년 뒤 미국의 국가부채는 GDP의 89%로 불어난다고 합니다. 지금보다 12%포인트 정도 높아지는 것이죠. 경제가 성장하는 것보다 빚이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는 얘깁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이듯이 지난 50년간 미국의 연방정부는 거의 예외 없이 항상 재정적자를 냈습니다. 평균적으로 GDP의 3%에 해당하는 빚을 더 내 쓴 것이죠. 그런데 최근 개선되는 듯하던 재정적자가 오는 2018년쯤부터는 다시 빠른 속도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가장 많은 인구 띠를 갖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노령화되어 감에 따라 각종 복지비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이로운 감세정책' 약속은 이런 와중에 등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참모들에게 "현재 35%인 법인세율을 15%로 낮추는 감세안을 오는 26일 발표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감세 규모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재정적자가 확대되는 건 개의치 말라"고 지침을 줬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위와 아래에 있는 그래프들도 대대적으로 새로 그려야 하겠죠?


아마도 의회의 여당 의원들은 동의하지 않을 듯합니다. 국경조정세라는 논란 다분한 수입규제 세금을 도입하려 한 것도, 오바마케어를 폐지하려다가 망신살만 뻗쳤던 것도 모두 '감세를 위한 재원마련'을 위해서였거든요. 나라 빚이 더 커지는 걸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런 와중에 '적자를 무시하고 대대적으로 감세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요?

미국 언론은 "취임 100일을 맞은 버라이어티 쇼"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 지켜봐야만 합니다. 남의 나라 세금 얘기에 웬 관심이냐고요? 미국의 재정적자가 확대되면 단기적으로 미국의 금리가 상승하고 달러가 강해집니다. 재정적자를 따라 무역적자도 함께 커지기 때문에 보호무역 공세가 강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달러화 가치가 크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나라 빚이 너무 많아지면, 현재 우리나라가 무려 1000억달러 가량이나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의 가치 역시 장기적으로 크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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