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계에 해박한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는 저서 ‘왜 리더는 거짓말을 하는가’에서 “국가 지도자는 특정 정책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것이 들통 나더라도 그것이 의도한 대로 됐을 경우에는 그리 큰 정치적 대가를 치를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대통령의 외교적 거짓말에는 일종의 특권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근거해 보면 트럼프는 결국 ‘군사적 제재’와 ‘아무 것도 안 하는 것’ 사이의 중간 단계인 ‘칼빈슨호 거짓말’을 택한 셈이다. 이는 분명히 북한 김정은 정권은 물론 거짓말로 확인되기 전까지 시진핑 주석에게도 상당한 압박을 줄 수 있다.
트럼프의 거짓말 효과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거짓말이 일본 아베 총리까지 도울 수 있어서다. 자신의 이름을 딴 초등학교 인가 문제로 정치적 곤욕을 치르고 있는 아베 입장에서 칼빈슨호 출동으로 촉발될 ‘한반도 긴장+북한 위협’은 분명히 한숨 돌릴 수 있는 기회다. 아베 총리가 누군가. 미국에게 70만개 일자리와 4500억달러 투자 보따리를 안겨준 인물이다. 주한 미군 철수 논란은 있어도 주일 미군 철수는 입 밖에 내놓지 않는 것이 작금의 미·일 관계다. 중국 견제를 위해서도 미·일 관계는 절대 흔들려서는 안된다.
이런 복합적 노림수가 한국에서 5630Km 떨어진 인도네시아 순다해협에 있는 칼빈슨호가 조만간 한반도로 진입할 것처럼 둔갑한 이유로 보인다.
하지만 어찌보면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10분 동안이나 “한국이 중국의 일부였다”는 더 의도적인 거짓말을 들었다는 점이다. 미·중 양강 지도자들의 한국을 상대로 한 이런 거짓말들은 처절하고 비정하게 와서 꽂힌다. 우리는 국가 지도자조차 없는 공백이어서 더 뼈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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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힘의 논리는 냉정하다. 비참해 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국제 질서에서는 거짓말도 못하고, 한없이 착하기만 한 사슴 ‘밤비’ 같은 국가나 지도자는 금물이다. 순진한 밤비가 고질라에게 어떻게 당하는지 1분30초짜리 애니메이션 ‘밤비가 고질라를 만났을 때’를 한번 보기 바란다. 이 애니메이션이 바로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이 엄중한 실제 상황은 이제 5월9일 우리 대통령을 어떻게 뽑느냐, 우리 국민 모두가 그에게 얼마나 열렬한 지지를 보내주느냐에 쏠린다. 어떤 인물이 당선되든 외교 관계에서만큼은 우리 지도자에게 국민의 한 뜻을 몰아줘야 한다. 사드와 북핵을 뛰어넘을 지도자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