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나도 생산 확대…태양광업계 '치킨게임' 우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17.04.20 11:01
글자크기

태양광 기초원료 폴리실리콘 가격 13달러대까지 하락, 손익분기점 아래로 떨어져

적자나도 생산 확대…태양광업계 '치킨게임' 우려


태양광산업 기초 원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손익분기점 밑으로 떨어졌지만 글로벌 기업을 포함한 태양광업계는 생산규모를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과잉 상태임에도 서로 물러나지 않고, 덩치를 키우다 일부 업체가 도산하는 이른바 '치킨게임' 양상이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일 태양광 산업 조사업체 PV인사이트에 따르면 태양광 전지의 핵심 원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은 3월 마지막주 1킬로그램(kg)당 16.22달러에서 이달 첫째주 14.21달러로 떨어진데 이어 둘째주 13.42달러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상 태양광업계에서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kg당 15달러인 경우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이를 하회할 경우 생산할수록 적자폭이 커지는 것이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올해 1~2월까지만 해도 kg당 16달러선을 유지해 태양광업계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3월 마지막주까지만 해도 16.22달러를 유지하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이달 들어 다시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OCI (100,000원 ▲1,600 +1.63%) 관계자는 "올해 1~3월까지 폴리실리콘 가격이 유지됐는데 하반기 분위기가 폴리실리콘 수요가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 같다. 관망세로 들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웨이퍼·모듈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이 떨어졌음에도 구매로 이어지지 않아 제품 원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당장 수익 악화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생산규모를 늘리는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폴리실리콘 생산규모 5만2000톤으로 세계 3위, 국내 1위인 OCI는 연산 2만톤의 말레이시아 도쿠야마 공장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인·허가 문제가 남아 있지만 인수를 마칠 경우 생산규모 7만2000톤으로 늘어난다. 폴리실리콘 연산 1위인 독일 바커(7만8000톤)와 2위인 중국 GCL(7만2000톤)도 각각 폴리실리콘 생산규모를 2만톤 이상 늘리는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광 모듈도 비슷한 양상이다. PV인사이트에 따르면 태양광 모듈 가격은 지난 5일 기준 와트(W)당 34센트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떨어졌다. 손익분기점 수준이다. 하지만 한화큐셀은 올해 3분기까지 국내 진천 공장과 말레이시아·중국 공장 증설을 통해 셀과 모듈의 연간 생산능력을 기존 4.8기가와트(GW)에서 41% 늘려 6.8GW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글로벌 1위 위상을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태양광 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리는 이유는 태양광시장의 성장에 맞춰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태양광시장의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성장속도가 기대보다 낮은 상황에서 실적 악화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태양광시장이 20% 정도 성장했지만 올해 10%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과잉 우려 속에서도 경쟁적인 증설에 나서다 업체들이 고사해 '치킨게임' 양상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011년 하반기부터 태양광 제품 가격 폭락으로 한국실리콘과 웅진폴리실리콘 등이 손실을 감당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OCI도 OCI리소시스와 OCI머티리얼즈, 유휴공장 부지, 보유 유가증권을 매각하는 등 칼바람을 견딘 바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