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위도 몰랐던 최씨 영향력…삼성은 알았을까?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7.04.1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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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부회장 1~3차 공판 진행되며 40여명 피·참고인 진술 공개…대다수 "언론 공개 이전 崔씨 존재 몰라"

공판에 출석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머니투데이DB공판에 출석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머니투데이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과 특검의 법정 공방전이 갈수록 가열되는 양상이다.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존재와 영향력을 언제 알았는지, 부정한 청탁과 대가 관계가 있었는지를 두고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공개된 진술들을 토대로 실체적 진실에 한 발짝씩 다가가고 있다.

◇최순실 사위도 몰랐던 최씨 영향력…李 부회장은 언제 알았을까=1~3차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특검과 변호인단이 대립했던 것 중 하나는 이 부회장이 정유라씨와 최씨,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언제 알았는지에 대한 문제다.



이 부회장이 최씨의 영향력을 언제 알았는지는 삼성의 승마 및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등의 성격을 가를 중요한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3차례의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40여명의 참고인들의 진술조서가 공개됐지만 언론을 통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기 전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관계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진술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한때 정유라씨의 남편이었던 신모씨는 특검조사에서 "정씨와 사귀던 도중 정윤회 사건이 터지면서 서로 부녀지간임을 알았다"면서도 "정씨로부터 어머니(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관계 등)에 대한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최씨의 존재는 한때 사위였던 신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정도로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 측 역시 지난해 언론에서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불거질 때쯤에서야 최씨의 존재를 알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향후 서증조사는 물론 증인 및 피고인 신문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한 대립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19일부터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공판기일이 기존 주 2회에서 주 3회로 늘어나면서 공방전은 속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 전 부회장은 이 부회장의 '멘토'…보고·지시받는 관계 아닌 의견 공유 관계"=그동안의 진술을 종합하면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은 이 부회장보다는 좀더 이른 2015년 8월초 최씨와 정씨의 존재를 인지했다.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가 승마훈련 지원 문제로 독일 출장 후 귀국한 뒤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역시 7월말 독일에서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로부터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관계를 알았다고 진술했다.

박 전 사장과 황 전 전무로부터 당시 상황을 전해 들은 최 전 부회장은 최씨의 승마지원 요구에 대해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일이니 그리하라"고 판단 및 지시했다는 것.

최 전 부회장은 이같은 구체적인 정황을 이 부회장에게 즉각 보고하지 않았다. 최 전 부회장은 즉시 보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어차피 (정씨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하는데 보고해도 어쩔 수 없고 이 부회장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최 전 부회장은 다만 2016년 2월,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 직전에 "좋은 말을 사줬고 선수들 훈련비도 대주고 충분히 문제없게 해뒀으니 야단 안 맞을 것"이라라고 했을 뿐이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꼬치꼬치 캐묻지 않고 "알았습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최 전 부회장이 즉각 보고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표현을 바꿔가며 수차례 질문했지만 최 전 부회장의 진술은 일관됐다. 특검은 '전형적인 총대 메기'라고 지적했지만 변호인단은 그룹 내 서열관계를 살펴보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알기 쉬운 예로 삼성 서초사옥 내 집무실의 위치를 곁들여 설명했다.

삼성 서초사옥 고층부는 미래전략실이 해체되기 전까지 200여명에 달하는 미전실 임직원이 사용하던 공간이다. 이 때문에 '삼성의 심장부'라 불렸던 곳이다.

◇이건희 회장 집무실인 42층의 상징성=이 건물의 최고층부인 42층에 위치한 집무실은 단 2곳이었다. 현재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과 최 전 부회장의 집무실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집무실은 바로 아래층인 41층이다.

41층과 42층은 이동할 때는 엘리베이터가 아닌 35개의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야 하는 상징적 위치였다. 기획팀을 비롯해 대관업무를 총괄했던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의 집무실은 40층에 위치했다. 41층까지 엘리베이터로 올라가 42층으로는 걸어서 이동한다.

최 전 부회장은 그룹 내에서 오너 일가를 제외하고 사실상 서열 1순위로 불린 인물이다. 1977년 삼성물산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샐러리맨으로 오를 수 있는 최고 지위까지 올라 삼성 내에서는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이건희 회장으로부터의 신임도 두터워 이 부회장에 대한 경영수업도 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전무직에 올랐던 2007년에 이미 최 전 부회장은 사장직을 맡고 있었고 이 부회장보다 먼저 부회장직에 올랐다. 즉 이 부회장이 오너 일가라고 해서 '멘토' 격인 최 전 부회장을 함부로 하지 못하는 신뢰관계가 오랜 기간 형성돼온 것으로 보여진다.

삼성 내부를 잘 아는 관계자는 "최 실장은 엄밀히 말하면 이 부회장의 비서실장이 아니라 이건희 회장의 비서실장"이라며 "이 회장이 와병 중이긴 하지만 생존해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지시가 아니라 이 회장의 지휘선상에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 회장의 와병 이전에는 회의석상에서 이 회장의 바로 곁은 최 전 부회장의 자리였고 이 부회장 자리는 다른 팀장들 쪽에 있을 정도로 삼성 내부의 지휘계통은 명확했다고 전했다.

승마지원이 논의된 시점은 이 회장이 쓰러진 직후 삼성 내 혼란기였고 당시 업무는 최 전 부회장이 필요한 수준에서 결정하고 이 부회장에게는 부담을 줄여주던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 전 부회장은 진술조서에서 "이건희 회장을 대리해 삼성그룹의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며 "제가 책임을 지고 있고 중요 현안만 이 부회장에게 공유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삼성그룹의 중요 현안을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고 지시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우나 이 부회장은 후계자이고 중요 현안에 대해 정보를 공유한다"며 "(이 부회장은 후계자로서) 지금은 좀 과도기적(인 시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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