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상처만 남긴 10루타 주식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7.04.18 16:17
글자크기

중국원양자원 감사의견 '거절'...거래소 "상장폐지 절차 진행"

상장부터 상폐까지 한 편의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던 주식, 중국원양자원의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끝까지 또 한 번의 '반전 드라마'를 기대했던 주주들의 돈은 이제 휴지 조각이 될 위기에 처했다.

18일 중국원양자원 (63원 ▼12 -16.0%)은 외부감사인 신한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으로 '의견거절'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신한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에서 "회사의 현금흐름 발생 사실과 완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일부 증빙을 수령하지 못했다"며 "우발부채 및 소송사건의 완전성에 대해 충분하고 적합한 검토절차를 수행하지 못했다"고 감사의견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돼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되고, 매매거래 정지가 지속된다"며 투자유의를 촉구했다.

◇증권가 화제의 생선 '우럭바리'="도대체 우럭바리라는 생선이 존재하긴 하는 건가요?"



중국 고급요리에 쓰이는 우럭바리를 잡아 고수익을 올린다던 중국원양자원이 2009년 증시에 상장할 당시 증권가의 전문가들은 모두 그 실체를 의심했다. 당시는 중국고섬 사태가 한 차례 증시를 휩쓸고 지나간 터라 중국기업의 신뢰도는 바닥인 상황이었다.

상장 후 회사 측은 신뢰 회복을 위해 기업의 실체를 의심하는 기자들과 애널리스트를 데리고 중국 출장을 갔다. 원양어업을 하는 기업이라 대부분의 배가 먼 바다에 나가 있고 돌아오는 데는 몇 달이 걸린다며 회사 측은 배 한 두 척과 빈 냉동창고만 보여줬다.

상장 후 중국원양자원은 적어도 재무재표 상으로는 폭풍 성장을 이어갔다. 매출액이 1680억원인데 당기순이익이 800억원이 발생했다고 보고한 것이다. 즉 매출액의 50%가 이익으로 난 것인데, 당시 동원산업의 순이익률이 약 6%였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이익이었다.


일부 투자자들은 분식회계를 의심했고 또 다른 투자자들은 '엄청난 가치주'라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중국고섬 사태를 겪은 뒤라 의심하는 투자자가 많았고 중국원양자원 주가는 2010년 11월 1만3400원까지 올랐다 4년간 내리막길을 걸었다.

◇상한가 아니면 하한가…역대급 '희망고문' 주식=하지만 2010년 10월 500억원의 BW를 발행해준 금호종합금융이 중국원양자원을 상대로 2012년 조기상환을 요청하면서 문제는 시작됐다. 장화리 중국원양자원 대표는 500억원 가운데 150억원만 상환을 했는데 이것이 중국 당국에서 무단 송금으로 책 잡히며 중국원양자원의 해외 송금이 막히는 사태가 발생했다.

투자자들의 의심에 주식시장에서는 투매가 나왔고 채권단은 담보로 잡은 장화리 대표의 주식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2014년 10월 장화리가 신주인수권 행사로 최대주주가 되면서 본인의 주식을 자발적으로 1년 보호예수 걸고 중국의 송금 규제가 풀리자 주가는 급반전했다.

1200원했던 주식이 단박에 1만4000원이 됐던 것이다. 당시 중국원양자원 투자자들은 '진정한 가치투자자'라며 칭송을 받았다. 주가가 오르자 투자자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이후에도 장화리와 회사 측의 이상한 행태는 2년간 계속됐다. 주가는 하락세였지만 모든 것은 '10루타 주식의 환상'에 가려졌다.

거래가 정지된 이날 중국원양자원의 주가는 1000원이다. 회사 측의 이상한 행태와 의심스러운 공시, 최대주주의 계속되는 주식 매도를 지켜보면서도 주주들은 이 주식을 떠날 수 없었다. 내가 선택한 주식이 대박을 낼 거라는 믿음-잘못된 믿음이 너무나 확고한 나머지 주식과 사랑에 빠져 이성이 마비됐기 때문이었다.

18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2.70포인트(0.13%) 오른 2148.46에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12억원, 381억원을 순매수했다. 현물 시장이 차분한 가운데 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이 코스피200 선물을 9890계약 대량 매도한 것이 눈길을 끌었으나 현물 시장에 충격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