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SK하이닉스, 파운드리 분사…박성욱 부회장 '승부수'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7.04.2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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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파운드리 사업부 CEO 직속으로 개편한 데 이어 분사안 검토 중…시스템반도체사업 강화 일환인 듯

[단독]SK하이닉스, 파운드리 분사…박성욱 부회장 '승부수'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사업부의 분사를 추진한다. 그동안 메모리사업에 치중해온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다양한 고객확보를 위해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174,200원 ▼1,700 -0.97%)는 충북 청주에 위치한 M8 공장을 주축으로 하는 파운드리사업부를 자회사로 분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빠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이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파운드리사업의 분사는 메모리사업과의 이해충돌을 막기 위해 파운드리만의 별도 회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청주사업장 노동조합 측과도 협상을 이어가며 노사간 의견을 조율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파운드리란 시스템반도체 영역에 속하며 팹리스(Fabless) 업체들로부터 설계를 받아 생산만 담당하는 반도체 위탁 생산사업을 뜻한다. 대만의 TSMC가 세계 1위며, 이익률 30%가량을 달성하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에서 파운드리 사업장은 충북 청주에 위치한 M8 공장이 유일하다. M8 공장은 SK하이닉스에서 직경 200㎜의 웨이퍼를 생산하는 유일한 공장이기도 하다. 통상 메모리반도체는 300㎜ 크기의 원판을 사용한다.

업계에 따르면 M8 공장에 속한 근로자 수는 약 1300명이고 한 달 생산량은 200㎜ 웨이퍼 기준 월 약 5만장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곳의 생산능력은 월 8만5000장 수준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에서 시스템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까지 미미하다.


SK하이닉스의 IR(기업설명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체 매출액(5조3600억원)에서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72%, 낸드플래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25%, 그외 시스템반도체 등 기타 비중은 3%에 불과하다.

이처럼 낮은 매출 비중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사업부를 분사시키는 것은 향후 파운드리를 포함, 시스템반도체사업에 힘을 제대로 싣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업체들로서는 메모리반도체 위주의 스마트폰 시대를 넘어 IoT(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서는 비메모리분야의 경쟁력 강화가 필수 요건이기 때문이다. 특히 IoT나 전기차 시대가 본격 개화할 경우 다품종 소량생산체제의 파운드리사업 성장세가 가파를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파운드리시장 성장률은 10.1%에 달한다. 이후 2018년 6.8%, 2019년 8.2%, 2020년 8.8%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번 파운드리사업부 분사 검토의 배경에는 해당 사업을 집중 육성해보겠다는 박성욱 부회장의 의지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파운드리사업부를 기존 미래기술부문에서 떼어내 CEO(최고경영자) 직속으로 두는 조직개편을 완료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자회사인 실리콘화일의 사업목적을 파운드리 디자인하우스(팹리스와 파운드리 중개역할)로 변경하기도 했다.

박 부회장은 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17'에서 파운드리사업부를 CEO 직속으로 개편한 데 대해 "앞으로 더욱 잘하려는 것"이라며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만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다양한 팹리스 고객 확보를 위해 '분사'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관측에 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시스템반도체사업의 역량 강화를 위해 여러 가지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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