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국 협회장, 朴 전 대통령 '불통' 판박이"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7.04.13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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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 대한가수협회 ‘김흥국 회장 사태’로 본 ‘리더의 자격’

“김흥국 회장의 태도를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다를 게 하나도 없어요. 시스템이 있는데 왜 그것에 의지하지 않고 제멋대로 판단하고 결정하죠? 개인적으로 협회 소속이라는 게 너무 부끄러워서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대한가수협회 A이사의 말이다. 소위 ‘김흥국 탄핵’이라는 용어를 떠올릴 만큼 최근 대한가수협회 분위기는 살벌하다. 김흥국 협회장과 대척점에 서 있는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 이사회 18명 중 사무총장, 감사위원 등이 포함된 15명)는 김 회장이 “법도 모르고 의사소통도 안 되고 남 탓만 하는” 무능과 독단의 화신이라며 그를 정조준하고 있다.



이사회는 협회 소속가수들이 12명, 김 회장이 나머지 6명의 이사를 뽑는 구조다. 그런데 최근 비대위 구성에 김 회장 측근 이사 3명이 김 회장에게 등을 돌렸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김 회장의 태도’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수많은 갈등 중에서도 가장 큰 갈등의 발단은 지난해 12월 강행된 ‘희망콘서트’다. 협회는 지난해 6월 미분배보상금(3년간 저작권 분배 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쌓인 자금) 4억원을 9월 시청 앞 광장 콘서트에 사용하려다 공연이 무산되자 12월 KBS 방송용 무대로 사업계획을 변경, 음악실연자협회(음실련)에 제출했다. 규모가 줄다 보니 보상금이 2억7000만원(홍보비 예산 2000만원 포함)으로 줄었다.



이사회는 △보상금 4억원이 2017년 6월까지 사용 가능하고 △12월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어수선한 데다 △협회 소속 다양한 가수들의 균형 출연을 위해 충분한 기획 논의 시간이 필요한 점들을 들어 12월 공연을 반대했다.

하지만 김 회장 측은 이사회의 여러 차례에 걸친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방송에 집착했다. 협회 측은 ‘공익’에 부합하는 KBS 방송분을 미리 잡았다는 이유로 새벽 1시에 편성된 프로그램에 2억5000만원을 쏟아부었다. 서수남 협회 부회장은 “가수협회 권익을 위해 다수결의 의견으로 방송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사회는 그러나 “이사회 대다수가 반대하는 의견이 다수결인가”라고 반문한 뒤 “김 회장 측은 이사회의 의견 하나에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고 했다.


KBS 외주제작사가 가수협회 대신 맡은 이 ‘방송 공연’은 소위 KBS가 섭외하는 음악프로그램의 수순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B가수는 “협회가 아닌 KBS PD가 출연해달라고 부탁해서 나갔다”며 “협회 주최 행사라는 건 나중에 알았다”고 했다.

사업 변경에 따른 ‘강행 방송 공연’은 이사회의 분노를 키웠다. 4억원 예산을 가수를 위한 공연에 썼다면 방송보다 더 높은 개런티를 보장하고, 더 많은 출연자를 모으고, 더 알찬 메시지(저작권 보호운동과 가수들의 권리보호)를 전파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방송에 출연한 B가수는 50만원의 초라한 개런티를 받았고 비인기 실연자 50여명은 ‘호랑나비’ 한 곡 ‘떼창’으로 부르는 대가로 10만원씩의 교통비를 지급받았을 뿐이다.

이사회는 지난 3월 마지막 회의에서 김 회장에게 책임을 물었다. 이사회는 독단적으로 감행한 실효성 없는 예산 낭비에 김 회장의 사과를 기대했으나 김 회장은 “회장한테 이럴 수 있나?”라며 되레 화를 냈다고 한다. 김 회장은 급기야 자신의 측근인 사무총장도 “그만두라”며 사퇴를 종용했다.

협회 측이 지난 11일 내놓은 공식 입장도 어불성설이다. 협회 측은 사업예산 4억원이 2억7000만원으로 줄어든 배경으로 “이전 공연이 무산돼 문화체육관광부가 문책성으로 제작비를 깎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문체부 관계자는 “우리는 음실련이 주는 사업예산을 승인만 할 뿐 다른 세부사항을 따져 묻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협회 또 다른 관계자는 가수 출연료와 관련해 ‘방송 출연료’로 책정하는 것이 협회 행사의 취지인지 묻는 말에 “답변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

시스템을 무시하는 리더는 간혹 화제를 일으키지만, 영구적으로는 조직을 와해시킨다. 대한민국이 6개월 넘게 ‘마비 상태’로 아프게 살아가는 건 리더가 보여준 ‘소통의 단절’ 때문이다. “팩트만 갖고 얘기하는데도 팩트에 더 난리 치는 회장이 정상으로 보이겠습니까.” C이사의 뼈아픈 얘기를 김 회장은 기억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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