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나이로 역대 최연소 영국 로열 발레단 수석 무용수로 활약한 우크라이나 출신의 세르게이 플루닌 얘기다. 남들보다 갑절 이상의 연습으로 삶과 춤을 동일시했으며 자신의 목표보다 가정의 화목을 위해 인생을 건 이 시대 최고의 무용수인 그는 ‘발레계의 제임스 딘’으로 평가받을 만큼 정도와 파격을 오갔다.
1989년 우크라이나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플루닌은 체조로 시작해 발레로 전향했다. 타고난 천재 같았던 아들을 위해 가족은 모두 헌신의 길을 걷는다. 어머니는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고 하루 종일 아들 곁을 지키고, 아버지와 할머니는 ‘비싼’ 발레 학교의 등록금을 충당하기 위해 해외로 나간다.
기계처럼 살아가는 무용수의 삶, 가족의 해체 등으로 숨 막혀 하던 플루닌은 결국 2년 만에 탈단을 선언하고 온몸에 문신을 새기고 약물 스캔들에 휘말리는 등 파국의 길로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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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버릴 수 없는 춤의 마지막 장식은 가스펠 싱어송라이터 호지어의 곡 ‘테이크 미 투 처치’(Take Me to Church)에 맞춰 추는 영상이다. 상처와 고뇌, 진지함과 우수의 모든 잿빛 감정들이 투영된 이 춤은 발레의 우아함과 댄스의 자유로움이 동시에 녹아난 아름다움의 결정체로 빚어졌다. 특히 혼신의 힘으로 점프하며 머리를 감싸 쥐고 고뇌하는 듯한 표정에선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인간의 전형이 그대로 표출된다.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만 190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플루닌에 대한 시각을 바꿔놓았다. 가족의 해체, 변화 없는 답답하고 무료한 일상 등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삶의 무게에서 오는 그의 고뇌를 제대로 이해하는 기회였기 때문. 예술에 적응하지 않고, 예술을 뛰어넘는 천재의 고뇌는 불가피한 수순일지 모른다. 플루닌도 예외는 아니다. 1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