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다 가짜라고?…여론조사를 위한 변명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2017.04.11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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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왜 이런 조사가 되는지 짐작은 가지만 참 어이가 없습니다. 집권 후까지 내다본 사업구상은 이해할 만하지만 공정한 여론조사가 됐으면 합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지난 7일 페이스북 글이다. 나흘 앞서(3일) 쿠키뉴스와 조원씨앤아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자신의 5자 구도 지지율이 16.1%인데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7%에 그쳤다고 했다. 언뜻 보면 홍 후보 지적도 일리 있다. 지지율이 2~3일만에 반토막이 났으니 억울할 법도 하다. 하지만 조사가 잘못됐다는 뚜렷한 근거는 없었다. 대신 여론조사기관이 1등 후보에 줄선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날을 세웠다.



대선기간 여론조사를 대하는 다른 후보들의 태도도 비슷하다. 겉으로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면서 자신에게 불리한 여론조사에는 "조사 시점이 잘못됐다" "구도 설정이 오류다"며 신뢰도에 문제를 삼는다. 핵심은 "특정 후보를 띄우기 위한 여론조사 아니냐"는 거다. 해당 여론조사가 특정인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몰아세우며 신뢰도 자체를 흠집내는 것이다. 대선후보들의 이런 재해석에 여론조사를 접하는 유권자들의 혼란은 더해진다.

이쯤되면 여론조사를 대하는 현명한 자세가 모두에게 필요해 보인다. 우선 여론조사 결과를 절대적 진실로 맹신해선 안 된다. 지지율 숫자에 의미를 두지 말고 추세를 보는 의미로 삼아야 한다고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입을 모은다. 서로 다른 기관, 다른 방법으로 실시된 조사를 놓고 숫자를 단순비교하는 것도 '난센스'다.



후보들의 격한 반응 또한 오죽하면 그럴까 싶은 면이 있다. 조사 결과 하나하나가 대선 구도를 요동치게 할 만큼 파장을 주니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난립하는 기관 중 일부가 실제로 오류를 범해 신뢰도를 스스로 깎아먹는 경우도 있다. 이를 검증하지 않고 경마 중계하듯 보도하는 언론도 자성할 부분이 있다.

하지만 가뜩이나 '가짜뉴스' 논란으로 사회적 신뢰도가 낮아지는 판에 여론조사를 모두 가짜뉴스 취급해선 모두에게 득될 것이 없다. 비록 불완전하더라도 여론조사는 국민요구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것을 잘 분석하면 유권자들의 진짜 요구가 무엇인지 드러나지 않을까. '열정'이 가득한 대선국면일수록 참여자들의 '냉정'이 절실하다.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들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고석용 머니투데이 기자고석용 머니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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