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3일,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출범식이 있었다. 임 위원장이 축사를 했는데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선 전혀 말이 없었다. 그간 인터넷전문은행이 성공하려면 은산분리 완화가 꼭 필요하다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하고 국회의원들을 직접 설득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의외다. 게다가 그 자리엔 은산분리 완화를 위한 은행법 개정이나 특별법 제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회의원이 5명이나 참석했다.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도 마찬가지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2조9000억원의 신규 자금 투입과 대규모 출자전환이라는 큰 결정을 해야 했을까. 대우조선 유동성 문제가 심각하다고 해도 이리저리 단기 유동성을 융통하면 간신히 4월 만기 도래 채권까진 상환하고 대선 때까지 버틸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 정권으로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한폭탄을 안게 되는 셈이다. 임 위원장은 얼마 남지 않은 임기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마지막까지 맡은 역할을 다하는 쪽을 택했다.
임 위원장은 자신이 배역을 맡은 쇼가 끝나도 끝난게 아닐 수 있다. 한진해운과 대우조선 구조조정,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며 또 다시 국회에 불려 나가야 할 수도 있다. 임 위원장이 대우조선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한 뒤 여러 차례 “책임을 져야 한다면 내가 지는게 맞다. 져야할 책임이 있다면 피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지금 대우조선 문제도 미루지 않겠지만 훗날 책임론이 불거질 때도 변명하거나 회피하지 않겠다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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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위원장 등에 가득하다는 부황 자국은 막중한 책임과 끊임없이 제기되는 비판 앞에서 무너져내리는 속을 추스르며 버텨 내려는 그의 고육책인지 모른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그가 기억해줬으면 하는게 있다. 마지막까지 맡은 바 소임을 피하지도 미루지도 않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공직자로서 그를 조용히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 소리 없는 응원의 기가 임 위원장에게 또 다른 버팀목이 되어 국가 경제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대우조선 해법이 도출되기를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