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입찰 '승자의 저주'에 고심깊은 면세업계

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2017.03.31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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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임대료 부담에 사드 여파까지 더해 '임대료 인하' 호소…제2 터미널 입찰가도 '고심'

인천공항입찰 '승자의 저주'에 고심깊은 면세업계


면세업계가 인천공항 임대료를 두고 깊은 고심에 빠졌다. 기존 1터미널의 막대한 임대료 부담에 따른 충격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중국인 매출 감소까지 겹쳤다. 이런 가운데 오는 10월 문을 여는 제 2터미널 입찰이 진행되며 또 다시 '임대료 베팅'을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승자의 저주'에 '사드 저주'까지…막대한 손실 우려= 한국면세점협회(이하 면세협회)는 30일 인천공항공사 측에 인천공항 면세사업자 임대료를 한시적으로 감면해 달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제출했다. 2015년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 5년간 제1 터미널 사업권을 획득한 롯데, 신라, 신세계 등 제 3기 사업자들이 해당된다.



면세협회가 공식적으로 임대료 인하 요청에 나선 것은 이들 업체들의 제 1터미널의 임대료 '출혈'이 막대한데다 사드 위기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4개 권역 사업권을 따낸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4518억원 임대료를 인천공항에 냈다. 지난해 롯데면세점의 인천공항점 매출이 1조1455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매출의 약 40%에 달하는 금액이다. 신라면세점도 지난해 6969억원 매출 중 2638억원을 임대료로 지급했다. 이에 3기 사업 이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계약구조 상 향후 부담이 더욱 는다는 것이다. 업체들은 개별 계약 조건을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인천공항이 제시한 최소 임대료 기준(하한가)에 해마다 이용객 증가 등을 자체적으로 반영한 금액을 제시해 4~5년차 임대료는 매출액에 달하는 수준이 될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롯데면세점이 5년간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최소 3조6173억 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사드 타격으로 연간 이용객은 큰 폭으로 감소할 처지에 놓였다. 면세협회에 따르면 사드 부지 계약 체결 직후 인천공항 면세점 5개사 중국인 매출은 375억원(3월 1~3주차)으로 전월 동기 대비 22% 감소했고, 같은 기간 이용객 수 역시 26만 명으로 3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의 한국여행 제재가 본격화한 3월 4주차 매출액과 이용객 수는 제재 이전인 2월 넷째 주에 비해 각각 46%, 50%까지 감소해 피해가 확산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면세협회 관계자는 "면세 사업자들이 약 9000억 원의 연간 임대료를 납부함으로써 인천공항이 12년 연속 세계1위 공항 자리를 수성하는데 기여한 측면이 크다"며 "지금은 국제 정세상의 문제로 계약체결시와 영업환경이 크게 바뀐만큼 이를 감안해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이에 대해 이용객 수 감소는 공사 측에도 손해이고, 계약상 합의된 내용인만큼 당장 임대료 인하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가온 제2 터미널 입찰 마감…'임대료 딜레마'=오는 4월 5일 인천공항 제 2터미널 면세입찰 사업제안서 제출 마감이 다가오면서 면세업계 속내는 더욱 복잡하다.

롯데, 신라, 신세계 등 제 1터미널 사업자들의 참여가 예상되는 가운데 입찰 평가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임대료 인하와 관련해 '큰 목소리'를 낼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화, 두산을 비롯 스위스 듀프리, 미국 DFS 등 해외면세점도 입찰에 높은 관심을 보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는만큼 공항공사 측에 제출할 임대료 산정을 놓고도 고심이 깊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관세청의 사업역량 평가가 추가됐지만 그래도 결국 '임대료 경쟁력'에서 뒤져선 안된다는 게 면세업계의 판단"이라며 "인천공항의 상징적 의미를 비롯 규모의 경제 효과와 시장 점유율 등에 있어 공항사업을 포기할 수 없는만큼 또 한번 과감한 '베팅'을 해야 할지 딜레마에 빠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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