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토닐그룹 암스테르담'의 예술감독인 이보 반 호브는 30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처음 아인 랜드의 소설 '파운틴헤드'를 연극으로 만든다고 했을 때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의 소설은 미국에서는 극우주의자들의 성서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는 더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고 말했다.
미국 작가 아인 랜드(1905~1982)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파운틴헤드'는 두 명의 젊은 건축가에 대한 이야기다. 기회주의자인 피터 키팅은 대형 설계사무소에서 성공을 좇는 반면 이상주의자인 하워드 로크는 아무 곳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자신만의 예술관을 펼친다. 고뇌하는 예술가들을 통해 존재론적인 물음을 던진다. 호프는 10년 전 이 책을 접한 후 연극으로 각색하겠다는 일념으로 6년간의 노력 끝에 저작권을 확보했다.
"오늘날 세상에서 극단적인 자유주의가 조금씩 더 당연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소설에서는 '선택'이 중요합니다. 한 집단의 일부분이 될지 나 자신 개인으로 남을지에 대한 선택이죠.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에도 주효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영국의 한 평론가가 "어디를 가도 이보 반 호브가 있다"고 한 것처럼 연극계는 가히 '이보 열풍'이다. 영국 내셔널 시어터(NT), 뉴욕 시어터 워크숍, 프랑스 오데옹 등 세계 유수의 극장들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낸다. 16/17 시즌에 무대에 오르는 작품만 10개다. 다음달에는 영국 바비칸 센터에서 주드 로 주연의 연극 '집착'(Obsession)을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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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06년 셰익스피어의 3개 작품을 엮은 '로마 비극'을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코리올레이너스', '줄리어스 시저', '안토니오와 클레오파트라'를 하나로 엮은 이 작품은 6시간짜리 대작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과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2014년 초연작으로 인간 소외를 다룬 '다리에서 바라본 풍경'은 올리비에상과 토니상 시상식에서 최고연출상과 작품상 2관왕의 영예를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