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 집 샀더니…' 가계 여윳돈 4년 만에 최저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7.03.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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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증가로 정부 여윳돈 9년 만에 최대

'빚내 집 샀더니…' 가계 여윳돈 4년 만에 최저


가계 여윳돈이 1년 만에 20조원 이상 줄면서 4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을 나타났다. 반면 정부 여윳돈은 14조원가량 늘어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지난해말 가계 및 비영리단체 순자금운용 규모는 70조5000억원이었다. 이는 역대 최대치였던 전년(94조2000억원)보다 23조7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2012년(69조5000억원) 이후 4년 만의 최소치다.



자금운용 규모는 예금, 보험금, 증권투자 등 각종 금융자산 증가분(자금운용액)에서 금융기관 대출금(자금조달액)을 뺀 개념이다.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 자금운용액은 213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9조5000억원 줄었다. 반면 자금조달액은 143조원으로 전년보다 11조3000억원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금운용액을 구체적으로 보면 단기저축성예금(48조8000억원) 금전신탁(14조8000억원) 등이 전년보다 대폭 늘었으나 채권(-1조1450억원),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6조2650억원) 운용액은 크게 줄었다. 자금조달은 대부분 금융기관 대출로 충당했다.

가계 여윳돈이 줄어든 것은 신규 주택 구입이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금융자산을 줄여 실물자산을 늘렸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민계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거용 건물 구입금액은 91조8352억원으로 전년(74조7346억원)과 비교해 17조원 이상 늘었다.

반면 정부 여윳돈은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말 정부 순자금조달 규모는 34조원으로 2007년(43조4500억원) 이후 9년 만에 가장 많았다. 자금조달액은 46조1000억원, 자금운용액은 80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9조1000억원, 5조2000억원 감소했다.


정부는 주로 국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자금운용은 증권(36조5000억원) 채권(9조2000억원) 현금 및 미수금(31조2000억원) 위주로 했다.

정부 여윳돈이 늘어난 이유는 세금 징수액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 국세 수입은 242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3%(24조7000억원) 증가했다.

비금융법인기업은 자금조달액이 81조6000억원, 자금운용액이 80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0조원, 19조6000억원 감소했다. 이에 따른 순자금조달(자금부족) 규모는 1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11조5000억원에서 대폭 축소된 것으로 1971년(-1조1000억원)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대형 공기업들이 실물자산을 매각하고 채권을 상환하는 등 경영정상화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구조조정과 경기 불확실성으로 설비투자가 감소해 기업 자금조달 규모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줬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국외 자금조달 규모는 104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4조4000억원 확대됐다. 그만큼 내국인이 보유한 해외자산이 늘었다는 의미다. 국외 자금운용 규모는 전년 -13조6000억원에서 9조1000억원으로 증가세로 전환됐다. 대외 순자금조달 규모는 120조원으로 전년보다 1조7000억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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