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메르켈에 "15년간 밀린 나토 분담금 349조원 내라"

머니투데이 이미영 기자 2017.03.27 17:23
글자크기

익명 요구한 독일 장관 영국 매체와 인터뷰서 공개…"메르켈 차분히 대응"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공동 기자회견 / 사진=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공동 기자회견 / 사진=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 워싱턴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과의 정상회담에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분담금 미지급금을 지불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한 독일 장관은 26일(현지시간) 영국 선데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에게 나토 분담금 2500억 파운드(약 349조원) 이상을 내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너무나도 충격적인 제스처"라며 " 이런 요구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상대편을 위협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토 규정에 따르면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2%를 나토 방위예산으로 쓰도록 돼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이 2002년 이후 독일이 집행하지 않은 국방비를 액수로 산출해 메르켈에게 요구한 것이다.



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독일은 연간 GDP의 1.18%를 방위비로 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청구액에 이자까지 더해 약 3000억 파운드를 요구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지난 17일 메르켈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를 강력히 지지하지만 회원국들은 (미국에) 빚진 돈을 내야 한다"며 "많은 국가가 엄청난 돈을 빚졌다. 미국에 공정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정상회담 다음날인 지난 18일에는 트위터에 "독일은 나토와 미국에 막대한 돈을 빚졌다"며 "미국은 독일에 제공하는 강력하고 매우 값비싼 방위비용에 대해 돈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독일은 곧바로 해명에 나섰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은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독일은 나토에 채무(debt account)가 없다"며 회원국이 국내총생산(GDP) 2%를 오로지 나토 방위비로만 지출해야 하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라이엔 국방장관에 따르면 나토에 지불하는 방위비는 유엔 평화유지활동, 테러 방지 등 다른 유럽 내 방위 활동에서 쓰인다.

이보 달더 전 나토 주재 미국 대사도 트럼프의 요구를 비판했다. 그는 트위터에 "나토는 그런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며 "미국도 스스로 나토 국방비 지출분을 결정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 나토 회원국들이 방어를 해달라고 부탁해 이들이 미국에 돈을 지불하는 방식의 금융 거래가 아니다"라며 "(방위비 지출은) 나토 조약상 책무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