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 생존전략을 마련하는 과제다. 모든 것을 정부에 의존하던 사회정서와 행태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데에 사우디의 고민이 있다. 이 때문에 마침내 보수 왕정국가에서는 쉽지 않았을 '사우디 비전 2030'이라는 개혁카드를 꺼내들고 그 이행을 위해 치열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40여년 넘게 에너지 공급원과 건설시장으로서 또 수출시장으로서 우리에게 매우 중요했던 사우디가 제2 중동특수의 무대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그 해답은 사우디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으로부터 찾아야 한다. 사우디는 연중 50도를 오르내리는 열사의 사막이 아니다. 겨울에는 눈이 오는 지역도 있고 폭우로 홍수피해를 입는 지역도 적지 않다. 계곡(와디)에는 지하수가 있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석유 이외에도 금을 포함해 다양한 금속 및 비금속 광물 매장량이 엄청난 나라이며, 이제 막 개발을 시작했다.
젯다에 총영사로 부임하자마자 저유가 시대의 도래와 사우디가 기존의 석유 의존 경제사회 시스템에서 탈피하려는 노력, 실제 변화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 변화의 핵심은 더 이상 오일머니에 의지하지 않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자는 것이며, 이제 정부나 기업, 국민 모두 변화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그 과정에서 미수금 누적이나 대량해고 등 일시적 어려움도 겪고 있지만 변화와 개혁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돼버렸다.
사우디는 지난 30여년 동안 엄청난 재원을 투입해 육성했던 사막농업을 지하수의 고갈로 포기해야 했으며, 농민들은 도시로 몰려들고 있다. 홍해 연안을 따라 수산양식을 통해 스스로 먹거리를 확보하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역부족인 모습이다. 세계에서 가장 저렴했던 유틸리티 비용도 이제 옛말이 되었다. 전기와 물 수요 증가를 억제하고 정부예산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공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살기가 어렵다고 인식한 여성들이 베일을 벗고 일자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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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우디는 변화하고 있다. 과거 많은 우리 건설업체들이 진출해 중동건설의 신화를 이루었던 사우디, 그 사우디가 우리에게 다시 손을 내밀고 있다. 인력양성, 신재생에너지 등 산업 기술협력, 합작투자 등 많은 분야에서 양국 정부간 협력의 틀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길은 열려 있지만, 사우디가 우리에게만 손짓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기회와 함께 도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