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 추모행렬, 미수습자 가족에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머니투데이 팽목항(전남)=방윤영 기자 2017.03.2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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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단위 시민들 50여명 팽목항 찾아 추모…"다시는 이런 일 일어나지 않길"

25일 오후 5시 시민 50여명이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미수습자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전남 진도 팽목항 방파제를 찾았다./사진=방윤영 기자25일 오후 5시 시민 50여명이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미수습자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전남 진도 팽목항 방파제를 찾았다./사진=방윤영 기자


세월호 미수습자 얼굴이 담긴 현수막이 나부끼는 팽목항에 희망의 온기다 돈다. 미수습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팽목항을 찾은 시민들 덕분이다.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시민들은 미수습자 가족을 향해 응원을 보냈다.



25일 오후 5시, 지난 3년 쓸쓸했던 전남 진도 팽목항이 모처럼 따뜻하다. 이날 새벽 세월호가 반잠수선에 무사히 선적됐다는 소식이 들리면서다.

팽목항 방파제 인근에 시민 50여명은 곳곳에 걸린 세월호 관련 현수막과 노란 리본을 둘러봤다. '애들아 따뜻한 밥 먹자',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어요'라는 문구를 보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가족단위 시민들이 대부분이었다.



광주에서 27살 딸, 아내와 함께 팽목항에 온 이모씨(55)는 먼 바다를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씨는 "아이들이 지금이라도 올라올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며 "이렇게 빨리 올 걸, 속상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씨는 "(세월호 희생자) 아이들에게 같은 부모로서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며 "이제는 올라올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아이들이 편하게 떠나길 기원하며 팽목항을 찾았다"고 말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에게는 "조금만 더 버텨주시길 바란다"며 "이제 인양이 전부 끝나고 나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거라 믿는다"고 기원했다.


목포에서 온 이현영씨(40)는 초등학생 아들 셋에게 지도를 가리키며 세월호 참사 해역을 짚어줬다. 이씨는 "아이들에게 어른들 잘못으로 사고가 났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찾았다"며 "아이들이 세월호 참사 이후 바다를 무서워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광주에서 팽목항에 방문한 강문경씨(46)도 "앞으로 다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고 안전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한 중년 남성은 세월호 희생자 이름이 적힌 철제 벤치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그 역시 세월호 참사로 딸아이를 하늘로 보낸 '윤솔 아빠' 윤종기씨였다. 윤씨는 미수습자 가족이 팽목항으로 온다는 소식을 듣고 한 걸음에 달려왔다.

윤씨는 "(미수습자인) 다윤이가 우리 솔이랑 같은 반이기도 했고 혼자 못 올라와서 걱정이 많았다"며 "다윤 엄마를 보고 꽉 안아주며 '걱정하지마 다 잘 될거야'라고 말해줬다"고 말했다.

윤씨 역시 밤을 새워가며 방송으로 세월호 인양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

"지금 누가 제일 마음이 아프겠어요. 다윤이네 같은 미수습자 가족들이지. 이제 아이들 다 찾아서 같이 따뜻한 밥이라도 먹었으면 좋겠어요." 그는 마지막 남은 작은 소망을 전했다.

여전히 걱정도 남았다. 윤씨는 "관 뚜껑에 아이 이름 적을 때 그 사무치는 슬픔을 다윤 엄마도 겪어야 한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팽목항에는 연극인들 모임인 '마로니에 촛불' 주최로 '미수습자의 온전한 수습과 철저한 진상조사를 바라는 팽목항 예술제'가 열렸다.

예술제에 참여한 미수습자 허다윤양 어머니 박은미씨는 "국민 여러분 정말 감사하다"며 "여러분들, 자식을 걱정하는 엄마, 아빠의 기도 덕분에 세월호가 무사히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세월호 속에 있는 사람들이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더 많이 기도해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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