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중국사업에 3800억 긴급자금 수혈…"철수는 없다"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17.03.2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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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업 관장하는 롯데쇼핑홀딩스에 2300억 증자…다른 현지 계열사엔 1580억원 담보 지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대국민사과와 개혁안을 발표했다. 2016.10.25.<br />  <br />   suncho21@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대국민사과와 개혁안을 발표했다. 2016.10.25.<br /> <br />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롯데가 마트 영업정지, 불매운동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사업에 3800억원대 긴급자금 지원에 나선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조치로 중국 시장 진출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중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사업 고수 의지를 밝혔다.

롯데쇼핑은 24일 중국 사업을 총괄하는 홍콩 소재 해외 계열사인 롯데쇼핑홀딩스에 5월중 1억9200만달러(약 2300억원)를 출자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아울러 다른 중국 소재 계열회사인 '장쑤낙천마특상업유한공사'(화둥법인·상하이)의 차입 등을 위한 예금 담보로 이달 7억9200만위안(약 1580억원)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계열사 모두 중국 사업에 관여하는 법인들로 이번 자금 수혈은 영업을 못해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는 중국내 마트 점포들에 상품 매입대금 지급 등 운전자금을 확충해주기 위한 것이다. 롯데마트는 99개의 중국 점포 가운데 67개 점포가 영업정지를 당했다. 소비자 불매운동 등으로 자체 휴업하고 있는 매장도 10여곳에 달해 총 80여개 매장이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지난해 롯데마트 중국 현지 매출은 1조1290억원. 한 달 매출이 940억원으로 영업중단 사태가 지속될 경우 매달 약 800억원대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돌발변수로 인해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롯데쇼핑은 빠른 시일 내에 사태가 안정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신동빈 회장은 WSJ와 인터뷰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와 관련, 처음으로 심경을 토로했다. 신 회장은 인터뷰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에 대해 "(중국 정부의)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만약 정부가 우리 같은 민간기업에 부지를 포기하라고 요청한다면 (어느 기업도) 정부를 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사드 배치 관련 긴장이 고조되고 있던 지난 1월 중국을 방문해 롯데의 상황을 설명하려 했지만 '출국금지' 상태여서 실행하지 못한 사정도 전했다. 신 회장은 현재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의혹으로 다른 대기업 총수들과 함께 검찰 수사대상에 올라 있다. 신 회장과 롯데 측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신 회장은 "내가 지난 1월 중국을 방문할 수 있었다면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를 진정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더 악화된 지금은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선조가 중국 땅에서 살았었다"며 "나는 중국을 사랑하며 중국에서 계속 사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롯데는 중국에 50억달러를 투자해 현재 2만50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며 "중국은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대기업도 중국시장에서 투자한 지 10년 이상 지나야 이익이 난 만큼 버티고 견뎌야 한다는 입장을 확실히 한 것이다.


롯데는 1994년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2007년 롯데마트, 2008년 롯데백화점 등이 잇따라 진출해 현재 24개 계열사가 중국에 진출해 있다. 롯데의 중국 사업은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하며 해외 진출국 중 규모가 가장 크다. 3조원을 투자하는 선양 롯데월드타운 등 진행 중인 투자건도 적지 않다.

신 회장은 "현재의 진퇴양난 상황을 풀어나갈 해답이 있지는 않다"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롯데가 중국에서의 사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도와줄 새로운 대통령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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