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 벽지'에는 실크가 있다, 없다?

머니투데이 신아름 기자 2017.03.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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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름의 시시콜콜]

LG하우시스의 실크 벽지 '베스띠' 2017년 신제품 시공 이미지/사진제공=LG하우시스LG하우시스의 실크 벽지 '베스띠' 2017년 신제품 시공 이미지/사진제공=LG하우시스


'붕어빵엔 붕어가 없다'

인테리어 업계에도 이런 공식이 통하는 아이템이 있다. 바로 실크 벽지다. 실크 벽지도 붕어빵과 같은 맥락에서 실크 벽지가 됐다. 실크는 아니지만 얼핏 실크인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실크 벽지가 종이로 만든 합지 벽지와 구별되는 점은 실크처럼 부드러운 표면 광택에 있다.

실크 벽지의 이같은 반짝임은 원료로 쓰이는 PVC(폴리염화비닐)에서 기인한다. PVC는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석유화학제품 특유의 광택을 지닌다. 때문에 PVC로 벽지 표면층을 코팅하면 광택감을 부여할 수 있다. 'PVC 벽지'로 부르는 것이 보다 더 정확하지만 실크 벽지라는 이름으로 널리 불리는 이유다.



여기엔 실크 벽지란 명칭을 적극 내세운 업계의 마케팅이 한몫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PVC 벽지보다는 실크 벽지가 훨씬 부르기 쉽고 직관적인 의미 전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반 소비자들에겐 실크보다 PVC가 더 생소하다는 점도 이같은 전략과 맞아 떨어졌다. 광택감에 더해 오염과 스크래치에 강해 유지 관리가 쉽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실크 벽지는 전성시대를 맞았다.



문제는 PVC의 '짝꿍'인 가소제의 유해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발생했다. 그동안 가장 보편적으로 쓰였던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간과 신장의 장애와 내분비계 교란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것이다.

이에 정부는 최근 3~4년새 벽지, 바닥재 등에 쓰이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의 사용량을 제한하는 등 품질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가소제는 딱딱한 플라스틱을 말랑하게 만들어주는 일종의 첨가제다.

실크 벽지가 한순간 유해물질의 온상으로 전락하면서 업계는 친환경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프탈레이트를 넣지 않은 친환경 가소제로 대체하고 이미지 쇄신에 적극 나섰다.


그 결과 현재 제조, 판매되는 실크 벽지 제품은 거의 대부분 프탈레이트 가소제를 쓰지 않고 있다. 진짜 실크를 넣진 않았지만 '고품질'이라는, 또 다른 의미에서 실크 벽지의 재탄생인 셈이다.

이처럼 실크 벽지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분골쇄신하는 사이, 경쟁 상대인 합지 벽지 역시 꾸준한 연구 개발을 통해 품질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뻣뻣한 종이나 다름없던 특유의 투박함을 벗어내고 실크 벽지에 준하는 표면 광택을 구현해내기에 이른 것. 여기에 합지 벽지는 실크 벽지 대비 30% 이상 가격이 저렴해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젠 일반 소비자가 육안상 합지 벽지와 실크 벽지를 구별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품질 격차가 컸던 과거와 달리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실크 벽지와 합지 벽지, 과연 승자는 누구일까. 제2 라운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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