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 사단법인 동북아교육문화진흥원 원장,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초빙교수
이 글을 쓰는 현재 시점까지 말레이시아 당국이 김정남의 피살과 관련한 수사를 한창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딱 부러지게”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일단 제반의 정황을 고려할 때 이번 사건이 북한의 김정은 정권에 의해 저질러진 반인륜적인 포악무도한 범죄라는 추정 하에 그 배경과 원인 등에 관해 살펴보기로 한다.
이런 김정은 정권이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나름대로 국가발전을 통한 인민생활 향상이라는 기치를 내걸었지만, 날이 가고 달이 갈수록 이 정권이 내보이고 있는 각종 양태는 “개꼬리 3년을 묻어두어도 황모(黃毛)가 되지 못한다.”는 속담을 상기시키려 하는 듯 예전과 조금도 다름없는, 아니 그보다 더한 매우 강도 높은 반평화적이고 반인륜적인 테러 행위를 재현하고 있다.
북한의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북극성-2가 2월 12일 평안북도 구성시 인근 지역에서 하늘로 솟구쳐 오르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즉 새롭게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이전 행정부보다 더 강경해 질 것을 예고하고 있고, 여기에 더하여 ‘대북 선제공격’ 움직임까지 일고 있자, 북한으로서는 무언가 이를 상쇄하거나 희석시킬 수단이 필요했을 것이고,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차원에서 ‘탄도미사일 발사’와 같은 반평화적 도발 행위를 감행하는 가운데 김정은 정권의 안정적인 기반구축을 위해 이복형인 김정남을 암살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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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북한당국이 저지른 마치 독불장군(獨不將軍)과 같은 이번 행태는 건전한 상식과 이성만을 가지고는 도저히 납득하거나 받아들이기조차 난망(難忘)한 ‘악수(惡手) 중의 악수’라는 강도 높은 비판과 전세계적 공분(公憤)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 없는 시대착오적인 망상(妄想)의 발로라 아니할 수 없다. 특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의 김정남 피살사건은 전세계의 엄청난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것임과 동시에 맹방(盟邦)인 중국의 입장마저도 매우 곤혹스럽게 하는 악재(惡材)라는 점에서 전세계에 또다시 김정은 정권의 포악성과 철면피한 본모습을 드러내는 반인륜적인 폭거임이 분명하다.
잘 알려진 것처럼 김정남은 김정일과 그의 첫째 부인인 여배우 출신 성혜림 사이에 태어난 장남으로 김가 정권의 시조인 김일성으로부터 총애를 받아 한때는 제3대 권력세습자로 점쳐지기도 했었으나, 김정일이 김정은의 생모인 고용희와 동거를 하면서 차츰 권력의 핵심에서 멀어지기 시작하였고, 급기야 성혜림이 병 치료차 모스크바에 오래 머무르는 과정에서 그의 이모였던 성혜랑이 미국으로 망명하면서 그 입지가 크게 뒤바뀐 이른바 ‘비운의 황태자’로 알려지게 되었다.
또한 김정남이 2001년 5월 일본에 밀입북 했다가 적발되어 강제 추방되면서 김정일의 눈 밖에 나게 되었기 때문에 세 번째 부인인 재일교포 출신 고용희와 김일성의 눈을 피해 동거를 하는 가운데 태어난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김가 정권의 적통이자 이복형인 김정남을 ‘눈엣 가시’처럼 여기게 되었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김정일이 사망하고 그 뒤를 이어 김정은이 제3대 후계자로 자리를 잡은 이후, 김정남은 마카오와 홍콩 등지를 떠돌게 되었고, 이런 가운데 지난 2013년 12월 자신을 음양으로 도와주던 고모부 장성택이 김정은에 의해 “있지도 않은 반혁명 반당죄목”으로 공개 처형되자 그야말로 “집도 절도 없이 떠도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하게 되었던 것이다.
특히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김정남이 자신의 “백두혈통 적자”라는 주장과 선전에 정면으로 장애가 되는 직접적인 인물로 비쳐졌고, 특히 맹방인 중국이 급변 사태시 김정남을 옹립하기 위해 보호하고 있다는 심증(心證)을 굳히게 되면서 김정남을 잠재적 권력경쟁자로 인식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으로서는 그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서라도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암(癌)적인 존재’와 같은 김정남을 처형해야 한다는 불안감과 강박관념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이며, 그 결과가 이번 피살사건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런 김정은의 김정남에 대한 불안감과 일종의 ‘혈통에 대한 콤플렉스’는 지난 2010년 중국 베이징에서의 김정남 암살 공작에서도 잘 나타났으며, 김정남을 음양으로 비호해 왔던 친고모부인 장성택의 처형이유 중 하나로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피살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말레이시아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월 21일 새벽(현지시간) 쿠알라룸푸르 국립 병원에서 경찰 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스1)
결국 이런 김정남의 피살은 1997년 2월 북한공작원에 의해 암살당한 김정일의 처조카인 이한영, 그리고 김정일에 의해 ‘곁가지’로 분류되어 폴란드와 체코 등에서 대사(大使)로 추방(?)되어 있는 김평일 등의 사례에서 잘 나타나고 있는 바와 같이 김정은 정권의 광기(狂氣)가 어느 정도에 이르고 있는가 하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자, 반인륜적 잔인성의 극치를 나타내 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피살사건은 북한정권으로서는 “섶을 지고 불속에 뛰어드는 것”처럼 건전한 이성과 상식만을 가지고는 결코 이해하기도 납득하기도 어려운, 그야말로 정신병자나 저지를 수 있는 미친 짓으로 맹방인 중국은 물론이고 수교국인 말레이시아, 그리고 전세계 국가들로부터 버림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는, 엄청난 후과를 자초하는 결정적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번 피살사건으로 북한 정권, 아니 김정은 정권의 말로가 점차 가시권내에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보여 지며, 우리로서도 하루라도 빨리 ‘내정(內政)의 혼탁상태’에서 벗어나 국내 안정을 되찾는 가운데 민-관-군이 혼연일체가 되어 북한의 ‘럭비공’ 같은 대남 위협이나 교란, 도발 책동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결국 북한당국이 저지른 ‘김정은 피살사건’의 배경은 ‘백두혈통의 적자’인 김정남에 대해 김정은이 가지고 있는 편집광적인 집착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른바 ‘째포’(‘재일동포, 북송교포’의 비하어) 출신의 이름 없는 배우 출신인 생모 ‘고용희’로부터 비롯된 출신 성분에 대한 반발심리가 작용했으며, 여기에 더하여 김정남과 그 가족이 중국에 의해 “유사시 권력승계 인물”로 낙점을 받고 있는 점에 극심한 불안과 공포심을 가졌기 때문에 저지른 시대착오적 망동(妄動)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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