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들 이견 없이 '8대 0' 파면 결정한 이유는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17.03.10 15:38
글자크기

[朴 대통령 파면]검찰 수사 결과 적극적으로 활용… 최순실 범죄행위가 박 대통령 탄핵사유로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는 데 검찰 수사 결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하며 밝힌 범죄행위는 곧바로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가 됐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선고하며 그 이유로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씨에 대한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남용'을 들었다. 우선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의 공무상 비밀누설 행위를 사실로 인정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서류가 정호성 전 비서관을 통해 최씨에게 유출됐고 △최씨가 이 문건을 보고 의견을 주거나 내용을 수정하는 등 대통령 직무에 관여했다고 밝혔다. 최씨가 일부 공직자를 추천해 그들이 실제로 임명됐고, 최씨 이권추구를 도왔다는 국회 측 주장도 받아들였다.
관련기사☞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에 박 전 대통령이 개입돼 있다는 것도 인정됐다. 헌재는 "두 재단의 임직원 임면, 사업 추진 등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을 박 대통령과 최씨가 했다"고 봤다.

아울러 △최씨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인 KD코퍼레이션에 특혜를 제공한 것 △포스코에 펜싱팀을 창단하도록 압력을 넣은 뒤 최씨 소유 회사인 더블루K가 관리할 수 있게 강요한 것 △한국관광공사 산하 공기업인 그랜드코리아레저를 상대로 장애인 스포츠단을 창단하도록 해 더블루K와 계약을 맺게 한 것 등에도 박 전 대통령의 개입이 인정된다고 했다.



이는 모두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사실들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해 12월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했고, 위와 같은 혐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헌재의 이날 결론은 검찰의 수사 내용을 모두 사실로 인정해 준 셈이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의 혐의가 사실이라는 전제 아래 이것이 파면을 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박 대통령의 행위는 최씨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서 공정한 직무수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헌법,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등의 행위로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문건이 최씨에게 유출된 것은 국가공무원법의 비밀엄수의무를 위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재는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박 전 대통령의 대응 태도도 지적했다. "대통령의 공무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박 대통령은 최씨의 국정개입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했으며 검찰, 특검 조사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박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가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했다는 데에는 재판관들 사이에 이견이 없었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박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주문은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였다.

한편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의해 적용됐다. 일각에서는 뇌물수수 혐의를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요인이 될 것으로 봤으나, 헌재는 '뇌물수수 혐의가 아니더라도 박 전 대통령을 파면하기에는 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