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나이키라인을 주목하라

머니투데이 이경만 공정거래연구소장/지식비타민(주) 대표이사 2017.03.10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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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설비업체를 운영하는 지인이 있다. 그는 단돈 80만원을 투자해 시작한 사업체를 연매출 500억원의 강소기업으로 키워냈다. 그가 꼽은 성공비결은 거래처 다변화 원칙이었다. 한 거래처의 비중을 50% 이상 넘기지 않는다는 것. 특정 회사 거래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추후 리스크가 될 것을 우려해 다양한 거래처를 개발했다. 거래처가 많으니 갑의 횡포에 당당히 맞서기도 하면서 성장해왔다.

반면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어떤가? 지난해 한국 수출에서 중국의 비중은 24.9%로 1위다. 그뿐인가. 수출의존도 2위인 미국(13.6%)을 비롯해 멕시코(2%) 중남미(5.2%) 등 미주지역 의존도가 20%에 달한다. 중국과 미주지역 의존도가 44.8%로 절반에 육박한다. 이러한 취약한 무역구조에 중국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경제보복과 미국발 보호무역주의라는 두 악재가 더해지면서 한국 경제는 사면초가의 위기에 놓였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나이키 라인’ 구상을 제안한다. 나이키 로고처럼 중국과 일본을 사이에 두고 한국에서 시작되는 선을 그려보라. 그 선상의 나라들이 어디인가?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미얀마, 인도로 이어진다. 이제는 우리가 중국, 일본을 벗어나 나이키 라인 선상의 국가들과 경제·문화적 교역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차이나 리스크에 대비해 진작에 해야 할 일이었다.

아시아는 크게 5개 그룹으로 나눠볼 수 있다. 중국과 몽골이란 큰 그룹, 그 아래 일본, 싱가포르·필리핀·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그룹, 태국·베트남·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 그룹, 마지막으로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 그룹.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출발하여 연결한 나이키 라인상의 경제축을 한국 무역활로의 다변화로 추진하자는 구상이다.



이를테면 싱가포르 시장을 개척할 경우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까지 비즈니스를 연결 및 확장하는 것이다. 싱가포르에만 집중하기에는 나머지 권역의 잠재력이 어마어마하다. 이 그룹의 인구를 모두 합치면 4억명이 넘기 때문이다. 여기에 태국·베트남·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 그룹을 더하면 6억명이 넘는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으로 묶어서 보면 인구수로 세계 3위 수준이다. 이처럼 아시아 시장에 무궁무진한 기회가 널려 있는데 우리는 그간 아시아의 일부 지역, 특히 중국과 일본과의 무역에만 집중한 것이다.

일찍이 일본은 나이키 라인의 중심축에 해당하는 동남아로 눈을 돌렸다. 2012년 센카쿠열도 분쟁으로 인해 중국이 일본에 무역보복을 한 것이 계기였다. 이후 일본은 중국 투자를 줄여가는 대신 동남아에 대한 투자를 늘려갔다. 토요타는 인도네시아에, 혼다는 태국에 공장을 지은 것이 단적인 예다. 현재 동남아국가연합(ASEAN) 10개국에 진출한 일본기업은 1만여곳에 달한다. 하지만 우리 기업은 4000여곳에 불과하다.

[MT시평]나이키라인을 주목하라


이제라도 나이키 라인의 국가들과 새로운 거래를 개척해 무역다변화를 꾀해야 한다. 이미 일본이 이들 나라에 쫙 깔려 있지만 우리는 파고들 수 있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의 표준모델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일단 한국의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은 아시아 후발국가 사이에서 가장 선호되는 모델로 꼽힌다. 비록 지금은 위상이 흔들리지만 위기 때 강해지는 우리나라 특유의 응집력으로 탄핵과 사드문제를 돌파할 것이다. 오히려 사드문제가 한국의 무역환경과 비즈니스 다변화를 위한 큰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어찌 보면 다시 한 번 우리나라가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그것은 나이키 라인에 있다. 봄철 비가 온 후 대나무밭에서 솟아나는 죽순 같은 기회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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