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최치원, '흙수저' 청춘과 마주하다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2017.03.11 14:37
[따끈따끈 새책] '고운 최치원, 나루에 서다'
'돌 틈에 뿌리내려 잎이 쉬이 메마르고 / 풍상에 시달려 꺾이고 시들었네 / … /애석하다, 향기 머금고 바닷가에 서 있건만 / 누가 능히 붉은 난간가에 옮겨다 심어 줄까. / 평범한 초목과는 품격이 다른데 / 지나가던 나무꾼이 같이 볼까 두렵구나.'(최치원, '두견'(杜鵑))
수백 년 전에도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좌절한 젊고 재능있는 청년이 있었다. 9세기 통일신라 말 학자이자 뛰어난 문장가였던 고운 최치원이다. 그는 17년간 당나라 관직 생활을 마치고 신라로 귀국하는 길에 돌 틈에 뿌리내린 진달래에 시를 지었다.
최치원은 12세의 나이로 당나라에 유학을 간 지 7년 만에 빈공과에 장원급제할 만큼 총명한 인재였다. 그러나 당나라에서는 '외국인', 신라에서는 '6두품'이라는 신분의 한계에 부딪혀 좌절했다. 그는 지방에서 하급 관리를 전전하다 결국 속세를 떠났다.
이 책은 최치원의 일생을 오늘날 청춘들의 눈으로 비춰본다. 검정고시 출신으로 로스쿨 입학을 준비하는 '현준'과 대학원생 '달중'은 한국과 중국에 남아있는 최치원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인간 최치원과 그의 '인백기천'(人百己千·다른 사람이 백 번 노력할 때 천 번 노력한다) 정신을 되새긴다.
◇고운 최치원, 나루에 서다=김은미·김영우 지음. 동녘 펴냄. 204쪽/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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