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는 대체로 희망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기업이 뭔가 기발하고 획기적인 도전을 할 것 같고 사업 포트폴리오와 기업 이미지에 대한 대대적인 리뉴얼이 단행될 것 같다. 글로벌 기업으로의 비상도 머지않아 보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회는 한층 더 발전하고 살림살이는 더 나아질 것 같은 기대심리와 비슷하다. 투표는 반대쪽에 했지만 비호감 후보라도 막상 집권하면 '그래도 뭔가 좋아지겠지'라며 막연한 기대를 건다.
희망퇴직, 명예퇴직은 예고절차라도 있다. 대상 직급과 연령대 종사자들은 계산기를 두드릴 틈이 있다. 치킨집이나 편의점 창업도 몇 날 며칠에 걸쳐 동네 시장 조사가 필수다. 하물며 수십년을 다닌 직장에서 인생의 반을 정리하는 데 생각할 시간을 주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다.
당황스러운 건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이 짐을 싸야 할 때다. 젊은 오너 후계자들이 등장했을 때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진다. 50대 초반 회장이 등장하면 50대 중반 이상 사장들은 버틸 방법이 없다. 부사장에서 시작해 부장까지 대대적인 인사가 뒤따른다. 기업 구성원들의 평균연령이 순식간에 확 낮아진다. 후계자가 젊을 수록 세대를 달리하는 고참 간부, 임원들은 파리 목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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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전후 우후죽순처럼 등장해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제약사들의 요즘 화제는 젊은 후계자들의 등장과 베이비부머들의 쓸쓸한 은퇴다. 한 대형 제약사는 50대 초반 후계자가 전면에 등장하자 사장들이 모조리 비슷한 연배 인물들로 교체됐다. 또 다른 제약사는 40대 오너 일가 등장에 앞서 60세 안팎 계열사 사장들이 모두 옷을 벗었다. 최근 등장한 후계자들 중에는 80년대생(30대)도 있다. 50대 임원은 물론 40대 간부들이 떨고 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젊은 오너가 등장했다는 이유로 나이, 능력과 무관하게 임원이 옷을 벗는 건 오너 권한을 어디까지 인정해줘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깨어 있는 젊은 기업 같지만 실상은 봉건적 기업 문화가 지배한다니. 아이러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