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후인 24일엔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경기시간 단축을 위해 오는 6월 열리는 브리티시 아마추어 골프대회 예선부터 준비된 선수가 먼저 공을 치는 규칙, 일명 '레디 골프(Ready Golf)'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레디 골프’룰이란 종전 티샷 이후 홀컵에서 멀리 떨어진 선수부터 공을 치도록 돼있던 골프룰 대신 준비된 선수가 먼저 공을 치는 규칙을 의미한다.
그동안 고의 4구는 투수가 볼 4개를 반드시 던져야 성립했다. 그리고 이 공 4개 중에 폭투, 포일, 보크등 다양한 의외의 장면이 심심찮게 나오기도 했다. 가령 1982년 9월 세계야구선수권 일본과의 결승전서 나온 그 유명한 김재박의 ‘개구리 번트’같은 명장면이나 2013년 준플레이오프 2차전서 보는 이들을 경악케한 두산 홍상삼의 고의사구 폭투같은 장면들이 선사하는 의외성은 야구의 또다른 재미였다.
하지만 MLB사무국이 고의사구를 이렇게 알기쉽게 정돈함으로써 메이저리그에서는 더 이상 그런 다양한 플레이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레디 골프’규정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R&A 측이 실례로 든 것이 지난해 8월 아일랜드에서 열린 ‘아이리시 클로즈 챔피언십 대회’다. 당시 1라운드는 강풍으로 인해 18홀 평균 시간이 5시간 15분이나 걸렸다. 그리고 '레디 골프'룰을 도입한 2라운드는 4시간 30분만에 끝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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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슬럼버스 R&A 회장은 “시간 단축은 골프 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단언하면서 “제이슨 데이같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도 경기시간 단축에 동참해야 한다”고 슬로플레이어 제이슨 데이를 콕집어 언급하기도 했다. 시간단축의 부담감이 제이슨 데이의 플레이를 위축시키지나 않을지 우려도 든다. '신중한 것은 느린 것이 아니다'는 타이거 우즈의 발언도 곱씹어볼만 하고.
설계되지않은 의외성으로 인하여 스포츠는 각본없는 드라마로 각광받아왔다. MLB도 R&A도 심사숙고 끝에 룰을 개정했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두 단체가 도입한 시간촉진룰은 어쩐지 스포츠엔 어울리지않는 각본처럼 느껴져 씁쓸하다.
'투구 없는 고의4구'에 대해 KBO관계자는 “야구적인 요소와 충돌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아직은 전혀 검토하고있지 않다”고 밝혔다. 개인적으로 공4개가 만들어낼 의외성도 야구의 중요한 부분이란 생각이다. 아울러 여가를 즐기면서 그 정도의 여유조차 용납못한다는 것은 많이 각박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