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서 '코카콜라'보다 잘팔리는 韓 음료…선진국도 '노크'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17.02.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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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안전판, 중진공 정책자금]② '델로스' 정책자금 디딤돌 삼아 40개국 수출기업 성장

동티모르서 '코카콜라'보다 잘팔리는 韓 음료…선진국도 '노크'


인구 123만의 동티모르에는 '코카콜라'보다 유명한 음료 브랜드가 있다. 우리 기업이 수출하는 과즙음료 '델로스'는 이곳에서 한달에 100만개 이상 판매되는 대표 브랜드다. 이 제품을 만드는 델로스에프앤비는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국내시장 대신 천연과즙 함량이 높은 음료를 주력 제품으로 개발도상국 공략에 성공한 중소기업이다.

델로스는 위탁 생산방식으로 제품을 양산하다 2013년 강원도 원주에 있는 제조시설을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음료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인수한 공장이 군납용 제조시설이다 보니 제품규격이 달라 생산설비 개조비용에 70억원 이상을 추가로 들여야 했다.



노홍래 델로스 대표는 "설비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운영자금만 보완하면 바로 가동할 줄 알았다"며 "전시회 참가비, 판촉장비 구입, 쇼케이스비 등이 더해지면서 자금은 항상 부족했다"고 회상했다.

생산을 위한 원부자재 구입비도 고민이었다. 자체 브랜드를 갖게 되면서 주문 대응속도가 빨라져야 했지만 적정 재고 확보를 위한 자금이 크게 부족했다. 하지만 유보금조차 없는 기업에 손 내밀 투자자를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다 생각난 것이 정책자금이었다. 이미 창업기업지원자금을 받았던 터라 중소기업진흥공단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노 대표는 "중진공은 어떻게든 중소기업을 지원해주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우리의 가능성을 믿고 도와줄 거라고 생각했다"며 "해외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어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노 대표는 성장공유형 투융자복합금융자금을 제때 지원받아 지난해 7월부터 하루 16시간 2교대 생산에 돌입하게 됐다. 생산공장이 제대로 가동되면서 매출도 급격히 상승했다. 최근 1년간 200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 동기 132억원보다 53% 늘었다. 현재 40개국인 수출 국가도 더욱 넓힌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 식품박람회에 단독부스로 참가하면서 선진국까지 넘볼 태세다.

델로스에프앤비의 캔음료 공정과정델로스에프앤비의 캔음료 공정과정
2008년 시범사업을 시작한 이래 10년째를 맞는 투융자복합금융자금이 중소·벤처업계 생태계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중진공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투융자복합금융자금 8950억원을 3416개사에 지원했다.


델로스처럼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있지만 민간 창투사가 투자하지 않은 기업의 전환사채(CP)를 인수하는 방식의 성장공유형의 경우 업체당 평균 7억5000만원을, 업력이 7년 미만인 기업에 낮은 고정금리로 자금을 지원하고 향후 영업이익이 발생했을 때 성과를 공유하는 이익공유형의 경우 업체당 평균 1억9600만원을 무담보 대출해줬다.

그 결과 지원받은 169개 기업은 민간투자기관으로부터 4283억원의 후속 투자를 끌어냈고 10개사가 코스닥에 상장되는 성과를 거뒀다. 정부 3.0의 주요 가치인 민간시장 활성화에 마중물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다. 특히 시중은행이나 민간투자자로부터 외면받던 비수도권 기업 지원에 절반 이상 배정한 것은 민간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중진공 관계자는 "이미 기술력을 보유해 성장가능성이 우수함에도 자금력이나 담보물이 없어 초기 투자에 애를 먹은 중소기업이 많다"며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정책금융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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