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촌' 된 '서울의 달' 촬영지…옥수동의 변신 계속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17.03.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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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후'] 놀라움 표하는 '실거주자 입주민'들

재개발 전의 옥수동 전경. /사진제공=성동구청재개발 전의 옥수동 전경. /사진제공=성동구청


“달동네 살던 사람이 큰돈 번 셈이지요. 일대가 발전하고 집값도 올랐거든요.”
 
서울 성동구 옥수동에서 50여년째 살고 있다는 60대 남성 A씨는 3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옥수12구역 재개발조합원 출신이다. 낡은 다가구주택에 살던 그는 12구역 재개발로 2012년 들어선 ‘래미안옥수리버젠’ 84㎡형에 입주했다.
 
동일면적 실거래가는 지난해 8~9월 10억원선을 돌파했다. 강북아파트가 10억원 넘는 가격에 팔린 것은 이례적 현상이다.
 
최근 부동산경기에 대한 우려로 8억~9억원대로 떨어졌지만 원래 이곳에 살던 주민이 보기에 여전히 입이 떡 벌어지는 액수다. 입주 당시 조합원을 대상으로 책정된 분양가는 5억원선이었다.
 
A씨는 “가파른 경사와 구불구불한 골목길로 1970년대는 택시기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곳”이라며 “재개발로 교통요지인 이곳이 주목받으면서 갑자기 ‘부자’들이 찾는 동네로 탈바꿈해 나도 놀랍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 단지. /사진=김지훈 기자서울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 단지. /사진=김지훈 기자
◇달동네 사람들, 일부 주민은 ‘쏠쏠한 수익’
 
달동네에 오랜 세월 살아온 주민 일부는 재개발로 쏠쏠한 투자수익을 거둔 듯 보였다. 옥수동은 원래 인접한 금호동과 함께 서울의 대표 달동네였다. 달동네를 소재로 한 인기 드라마로 1990년대 방영된 ‘서울의 달’ 촬영지기도 했다.
 

다세대주택 거주민으로 시작해 일대 재개발 소식에 빠르게 반응해 돈을 번 주민도 있다. 60대 여성 B씨가 이같은 사례다. 재개발조합원으로 입주한 아파트를 되팔거나 재개발이 진척되기 전 저가에 부지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었다고 한다.
 
B씨는 “1999년 ‘옥수동 삼성아파트’(1114가구), 2012년 ‘래미안옥수리버젠’(1511가구), 2016년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1976가구) 등 대단지 재개발로 들어선 아파트는 모두 거래해봤다”며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는 시세가 오르기 전 입주권을 매입해 2억원 정도 시세차익을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현재 옥수동의 아파트 1㎡당 평균 매매가는 706만원으로 2년 전보다 24% 올랐다. 주민들은 재개발 성공과 주변의 변화가 생각한 것 이상의 결실을 맺었다고 말한다.
 
이들은 “변수가 많은 재개발사업에 계속 기대를 걸고 낡은 집이 주는 불편을 감수한 대가”라고 입을 모았다.



◇옥수동 변화 계속…부족한 학군 등 약점도 서서히 극복
 
서울 성동구 옥수동  'e편한세상 옥수파크힐스' 단지. /사진=김지훈 기자서울 성동구 옥수동 'e편한세상 옥수파크힐스' 단지. /사진=김지훈 기자
옥수동은 실거주를 한 원주민뿐 아니라 투자자들이 주목한 땅이기도 하다. 일대 재개발사업에 정통한 관계자는 “일부 단지는 1400여명의 조합원 가운데 80여명을 제외하곤 모두 실거주 주민이 아니었다”며 “투자를 목적으로 미리 주택을 사들인 사람들로 강남사람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강남의 부모들이 자식을 위해 얻어준 곳으로 추정된다”며 “현재도 강남 출신 사람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옥수동은 동호대교 북단과 인접했다.
 
중장년층에게 옥수동은 달동네로 낙후된 이미지인 반면 이보다 젊은 세대에겐 ‘준강남권’ 대접을 받는다. 강북의 ‘신흥 부촌(富村)’으로 거론되는 옥수동의 별명은 ‘뒷구정동’이다. 강남보다 저렴한 가격에, 강남과 비슷한 수준의 편리한 생활을 제공하는 곳이란 의미가 실린 표현이다.
 
재개발을 경험한 원주민과 일대 공인중개사무소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베팅할 자신이 있는 이라면 얼마간 남은 재정비 대상지에 지금부터라도 들어가라”는 권유도 건넸다.
 



옥수동 일대 개발은 계속될 예정이다. 1982년 준공된 옥수동 ‘한남하이츠’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정비계획안 및 정비구역 지정 안건이 통과되면서 재건축 추진에 탄력을 얻게 됐다. 8개동, 535가구에서 11개동, 839가구로 재건축하는 목표로 최고 층수는 20층이다. ‘극동아파트’는 수직증축 리모델링도 추진 중이다
 
옥수동이 지닌 얼마간의 약점도 해소될 조짐이 보인다. 학군과 관련된 문제였다. 옥수동 근방에는 일반계 고교가 없었지만 오는 3월 신금호역 인근에 일반계인 금호고가 개교한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옥수동 일대 가격이 현 수준에서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강남과 한 정거장 거리인데다 부족한 학교도 채워지고 있어 일대 집값에 대한 기대감을 더한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조합 설립이 임박한 성수전략정비구역 등 성동구 일대 재건축의 영향으로 옥수동의 위상은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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