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일손 부족에 '24시간 영업' 사라진다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7.02.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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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에 야간근무 인력 태부족…임금인상 대신 야간근무 중단 "日 경제에 도움 안 돼"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일손 부족으로 일본에서 24시간 영업 문화가 시들해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4시간 영업을 하던 일본의 주요 패밀리레스토랑들이 최근 잇따라 야간 영업을 중단하거나 제한했다. '로열호스트'의 경우 지난달 말 도쿄 교외 한 매장을 끝으로 24시간 영업을 중단했다. '스카이락'은 뒤따라 310개 매장의 야간 영업을 포기했다. 이로써 이 체인의 종일 영업 매장은 100곳으로 줄었다.

일본 패밀리레스토랑들이 야간 영업 중단에 나선 건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학생수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야간 영업의 아르바이트생이자 주요 고객이다. 일손 부족으로 인건비 상승 압력이 커지자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기업들이 아예 야간 영업을 중단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야나 미노루 스카이락 최고행정책임자(CAO)는 밤 손님은 물론 밤에 일하려는 이들도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여파로 임금도 점점 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FT는 일본 패밀리레스토랑들이 야간 영업을 중단하는 것을 보면 일본 경제를 둘러싼 큰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일본 고용시장이 호황이지만 임금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걸 이 나라 경제의 최대 미스터리로 본다. FT는 일본 기업들이 임금 인상을 꺼리는 게 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실업률 추이(단위: %)/그래프=트레이딩이코노믹스일본 실업률 추이(단위: %)/그래프=트레이딩이코노믹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2년 말 취임 공약으로 디플레이션 탈출을 강조했는데 일본의 물가상승률은 일본은행(BOJ)의 목표치인 2%를 한참 밑돌고 있다. 아베 총리는 임금 인상을 유도해 소비가 늘어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임금이 실질적으로 오르지 인플레이션 압력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일본의 실업률은 3.1%로 약 2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유효구인배율은 24년 만에 최고인 1.36배나 된다. 구직자 1명당 일자리가 1.36개 있다는 의미다.

서비스 부문의 일자리는 이보다 훨씬 많다. 식당 종업원 자리는 구직자 1명당 3.8개가 있고 운전사의 유효구인배율도 2.7배에 이른다.


일본 기업들이 구직자를 유인하기 위해 근무여건 개선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임금인상엔 인색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FT는 일본 기업들이 매출 감소를 감수하고 임금을 통제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일본 물류업계도 야간 근무 인력난을 겪고 있다. 하타케야마 가즈오 야마토운송 프로젝트 매니저는 장거리 운전사의 경우 밤 9시에 도쿄를 출발해 다음날 오전 5~6시쯤 오사카에 도착하는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사카에서 8시간의 휴식을 취하는 게 보통이라 다음날 밤에나 도쿄의 집으로 귀가할 수 있는 셈이다.

야마토운송은 장거리 운행을 피하기 위해 도쿄~오사카 노선의 경우 나고야를 중간 기착지로 삼아 운전사를 교대하는 방식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임금 인상 대신 선택한 고육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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