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삼성 스캔들' 빌미 1조원 과징금 부과 공정위에 역공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7.02.2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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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영향력 행사 특허료 부담 덜어"…퀄컴 '특허갑질' 美·유럽서도 문제

/사진=블룸버그/사진=블룸버그


세계 최대 통신용 반도체업체인 미국 퀄컴이 이재용 삼성전자 (77,500원 ▲800 +1.04%) 부회장의 구속을 빌미로 공정거래위원회의 1조원대 과징금 부과 결정에 재차 반발하고 나섰다. 삼성은 퀄컴의 최대 고객사 가운데 하나로 공정위가 퀄컴에 대한 삼성의 특허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주장이다.

블룸버그는 21일 삼성이 연루된 부패 스캔들이 퀄컴이 공정위의 반독점 과징금 부과 결정에 저항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을 수사 중인 특별검사팀은 삼성이 공정위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의 일환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해 공정위가 특혜를 제공한 게 있는지 조사 중이다. 특검은 최근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그를 소환해 조사했다.

퀄컴은 김 전 부위원장이 지난해 12월 퀄컴에 사상 최대인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 조치를 취한 장본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정위의 결정으로 삼성전자가 자사에 내는 특허료 부담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퀄컴이 시장에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스마트폰업계에 부당한 부담을 안기고 경쟁사를 불리하게 하는 등 이른바 '특허 갑질'을 했다고 지적했다. 퀄컴은 공정위 결정에 불복해 치열한 소송전을 예고했다.



퀄컴의 법률자문인 돈 로젠버그 변호사는 "(공정위의) 잘못된 결정은 (삼성과 관련한) 상업적 이익에 큰 영향을 받은 불공정한 절차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삼성과 김 전 부위원장의 커넥션에 대한 특검의 조사에 관한 보도로 우리의 우려 수위가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퀄컴의 주장을 일축했다. 신영호 공정위 대변인은 "퀄컴에 부과된 과징금은 최근 스캔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퀄컴은 한국 반독점법을 위반한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받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의 경쟁당국도 퀄컴의 특허 갑질 행태를 문제삼고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달 퀄컴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 FTC는 소장에서 퀄컴이 이동통신장치인 베이스밴드 프로세서 공급자로서 시장에서 우월한 지위를 남용했다고 지적했다.


FTC는 또 퀄컴이 자사에 유리한 특허 라이선싱 조건을 고객사에 강요한 혐의도 있다고 했다. 타사의 칩을 사용하는 업체인 자사 특허에 대한 로열티를 높였다는 것이다.

아울러 퀄컴은 표준필수특허(standard-essential patent) 라이선스를 부당하게 경쟁사에 제공하지 않은 혐의도 받았다. 표준필수특허는 이용자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프랜드(FRAND) 원칙을 적용받는다.

FTC는 퀄컴과 애플의 독점계약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 대만 경쟁당국도 퀄컴의 반독점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애플도 지난달 특허 갑질 피해를 입었다며 퀄컴을 상대로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은 캘리포니아주 남부지방법원에 낸 소장에서 퀄컴이 시장의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스마트폰 핵심 부품에 과도한 로열티를 물리고 경쟁업체와 거래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또 공정위의 조사에 협조한 데 대한 보복으로 퀄컴이 10억달러 상당의 리베이트를 지불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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