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산업가스 매각 '3자 윈윈윈'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17.02.20 03:10
글자크기

대성합동지주, 대성산업가스 매각으로 시장신뢰 덤으로 얻어

대성산업가스 매각 '3자 윈윈윈'


대성산업가스 매각이 이르면 다음달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M&A(인수합병)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와 관련해 "기업과 글로벌 IB(투자은행)의 바람직한 투자문화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PEF(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약 2조원 안팎의 금액에 대성산업가스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100%를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는 PEF 운용사 TPG(텍사스퍼시픽그룹)와 경합을 벌이면서 막판에 인수금액을 추가로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시장에서는 1조원 중반도 부담스럽다는 평가가 나왔으나 MBK파트너스는 대성산업가스 기업가치와 잠재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또 다른 인수 후보로 거론된 SK는 예비입찰 과정에서 1조원 안팎의 가격을 적어낸 것으로 추정, MBK파트너스의 인수가 유력해 보인다.



이번 딜은 매각규모도 컸지만 한편으론 대성산업가스의 최대주주인 대성합동지주에 대한 신뢰감도 높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성산업가스는 대성합동지주가 특히 애착을 보였던 회사다. 앞선 2014년에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대성산업가스 지분 68%를 골드만삭스 컨소시엄에 매각했으나 2018년에는 이 지분을 되살 수 있는 콜옵션을 붙였을 정도다.

상황이 달라진 건 대성합동지주의 또 다른 계열사인 대성산업 때문이었다. 대성산업은 올해 4월까지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규모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회사채는 '신속인수제도'를 통해 총액의 60%를 신용보증기금이 보증한 것이다.


평소라면 회사채 만기에도 보증이 연장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신용보증기금이 함께 대성산업과 함께 '신속인수제도'로 보증한 한진해운, 현대상선, 동부제철, 한라 등 다른 기업들의 재정난이 터지며 신용보증기금의 곳간도 함께 비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성산업처럼 보증이 중단되는 기업의 경우 채무상환이나 추가담보 제공을 미루며 베짱을 부리는 것이 대체적인 사례였다"며 "대성합동지주는 이 대신 알짜회사 대성산업가스를 매각하며 이를 해결,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이 됐다"고 말했다.

대성산업가스의 또 다른 주주였던 골드만삭스 역시 대성합동지주의 판단을 존중, 보유지분 68%를 함께 처분하기로 했다. 지분율이 절대적인 골드만삭스가 지분을 매각하지 않는다면 이번 딜은 성사되기 어려웠다.

IB업계 관계자는 "골드만삭스 측에서도 알짜회사로 꼽히는 대성산업가스를 인수한지 2년여 만에 매각한다는 점에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며 "2년만에 거둔 투자수익은 상당했으나 더 얻을 수 있었던 파이를 포기하고 신사적인 자세를 보인 셈"이라고 언급했다.

회사채 상환을 할 수 있게 된 대성산업은 물론, 대성산업의 회사채를 인수한 산업은행과 보증중단으로 눈총을 받던 신용보증기금도 한숨 돌리게 됐다. 이로 인해 대성합동지주에 대한 금융시장의 신뢰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도 이번 딜로 2년 반 남짓한 기간에 200% 이상의 매각차익을 거둘 수 있어 나쁜 상황은 아니다.

M&A 업계 관계자는 "매각과정에서 시장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컸고 거래와 관련해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다"며 "최근 상황을 보면 골드만삭스와 대성합동지주가 원하는 가격에 대성산업가스 매각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채무상환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로 알짜회사 매각을 결정한 대성합동지주와 거래를 전략적으로 추진한 골드만삭스가 함께 승리한 딜로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