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펄프값 약세 '겹호재'…봄날 맞은 제지사

머니투데이 신아름 기자 2017.02.2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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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제지 영업익 전년比 63%↑, 아세아·신풍제지 '흑전'…우호적 영업환경+체질개선 호실적 견인

원화·펄프값 약세 '겹호재'…봄날 맞은 제지사


국내 대형 제지업체들이 원화약세에 따른 환율효과와 주요 원자재인 국제 펄프가격의 하향안정세로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졌다. 고수익 지종인 산업용지·특수지 등으로 사업다각화를 시도하는 등 체질개선에 나선 점도 호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솔제지 (2,785원 ▼5 -0.18%)는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 1222억원, 당기순이익 426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각각 63%, 93% 증가했다. 매출은 1조5316억원으로 같은 기간 1.3% 늘었다. 한국제지 (19,300원 ▲150 +0.8%)도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249억원, 당기순이익 16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7%, 73% 증가했다.



아세아제지 (8,450원 ▼50 -0.59%)신풍제지 (820원 ▲2 +0.24%)는 적자를 털어내고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아세아제지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245억원, 당기순이익 207억원으로 각각 흑자전환했다. 신풍제지 역시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20억원, 당기순이익 15억원을 기록해 흑자로 돌아섰다.

대형 제지업체들의 이같은 수익성 개선은 지난해 원화약세가 지속되고 국제 펄프가격도 낮게 유지되는 등 우호적 영업환경이 조성된 영향이 컸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전년 대비 상승곡선을 꾸준히 유지했다. 국내 제지업체 상당수가 생산량의 50~60%를 수출하는 만큼 환율이 오를수록 수익성 개선에 유리하다.



제지를 만드는 주요 원자재로 생산원가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펄프가격이 지난해 하향안정세를 보인 것 역시 호재로 작용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1월 톤당 765달러던 국제 펄프가격(BHKP 기준)은 줄곧 내리막길을 걷다 12월말 톤당 650달러선까지 주저앉았다. 연초 대비 약 15% 하락한 수치다.

우호적 외부환경에 제지업체들이 추진해온 체질개선 작업이 탄력을 받으며 실적개선에 힘을 보탠 것으로 분석된다. IT(정보기술)기기 발달 등으로 인쇄용지 수요가 줄어드는 한계상황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제지업체들은 최근 3년새 M&A(인수·합병), 설비개조 등을 통해 고수익 지종으로의 전환을 진행했다. 한솔제지가 샤데스와 텔롤, R+S 등 유럽 특수지업체들을 잇따라 인수한 것이나 무림그룹이 대대적 설비개조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우호적 영업환경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 상반기에 글로벌 펄프회사 APP가 280만톤 규모의 펄프공장을 가동하고 남미 펄프업체들 역시 설비증설 중이어서 펄프공급이 늘며 당분간 가격 하향안정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위기에 발빠르게 맞서 적극적으로 투자를 단행한 대형 제지업체들의 실적 개선세가 가시화하고 있다”며 “반면 여력이 되지 않는 중소업체들은 변화에 맞서지 못하고 도태되면서 제지기업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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