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말레이서 피살…"김정은 직접 지시" 무게

머니투데이 박소연, 이상배 기자 2017.02.14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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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전문가 "최근 김정남 망명 시도에 김정은 '격분' 가능성…北 정찰총국 관여했을 것"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여성 2명에게 독침으로 피살당했다.  사진은 김정남이 지난 2010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 당시 공개된 모습. 2017.02.14. (사진= 중앙일보 제공) /사진=뉴시스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여성 2명에게 독침으로 피살당했다. 사진은 김정남이 지난 2010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 당시 공개된 모습. 2017.02.14. (사진= 중앙일보 제공) /사진=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14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 공항에서 북한 여성으로 추정되는 2명에게 피살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살해 배후에 관심이 쏠린다. 김정남을 살해한 범인의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김정은의 직접 지시 하에 북한의 정찰총국 등이 관여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김정남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장남으로 한때 후계구도 1위로 언급됐으나 2001년 아들과 두 명의 여성을 대동하고 일본 나리타 공항에 밀입국하려다 체포된 이후 김정일 눈밖에 났다.



2000년대 후반에 김정일의 건강이 악화되자 그는 김정은과 김정남 이복형제를 놓고 자신의 후계자를 저울질하다 결국 개혁개방을 주장한 김정남 대신 김정은을 후계자로 지목했다.

김정은이 경쟁에서 이겼음에도 그에게 김정남의 존재는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눈엣가시였던 것으로 보인다. 김정남은 2010년 중국 베이징에서 김정은의 암살공작에 의해 목숨을 잃을 뻔하다가 겨우 살아났다. 2011년 김정일 사망시에도 김정남은 김정은이 두려워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은 재일교포 출신 고영희의 아들로 정통성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과 달리 김정남은 김정일의 첫째부인 성혜림의 아들로 진정한 '백두혈통'으로 인정받는 것도 열등감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김정남이 한국에 망명해 김정은 정권을 비판하는 역할을 하거나 북한 정권 내부에 대한 정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도 이번 피살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남은 북한으로부터 생활비 지원이 끊긴 이후 어려운 경제적 사정 탓에 망명을 검토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남 암살은 김정은의 직접적인 승인이나 동의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며 "최근 2012년 김정남의 망명 시도가 구체적으로 보도된 것이 작용했을 수 있다. 김정은이 이 보도를 보고 격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또 "이번 김정남의 피살에는 북한의 정찰총국이 직접 관여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동안 정찰총국이 김정남 감시를 맡아왔고 정찰총국은 요인 암살에 관여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외교부와 통일부는 이날 김정남의 피살 보도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관련 보고를 받았다"며 "외교안보부서에서 관련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특별한 북한 관련 동향이 없어 별도의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개최할 예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정보위원회 관계자는 "오늘 국정원 업무보고에서 김정남 피살 관련 보고는 없었다"며 "국정원을 통하지 않고 말레이시아 정부가 우리 정부에 직접 관련 사실을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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