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사이클 논란… 애널들 "반도체 호황 계속된다"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7.02.14 04:30
글자크기

국내證 "업황 논란이 증설 자제로 이어져 슈퍼사이클 가속화될 것"

글로벌 투자은행(IB) UBS의 "1분기 고점" 주장에서 촉발된 반도체 슈퍼사이클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진짜 호황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국내證 "반도체 슈퍼사이클 더 강해진다"=지난주 UBS 보고서 충격에 SK하이닉스 (223,000원 ▼11,000 -4.70%)가 급락한 뒤 이날 국내 증권사들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지속된다'는 견해를 일제히 제시했다. 특히 IBK투자증권은 반도체 슈퍼사이클 논쟁을 겨냥한 41쪽짜리 '그 어느 때보다 큰 것이 온다(BIGGER-THAN-EVER is coming)'는 보고서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상무는 "삼성전자 (80,600원 ▲600 +0.75%),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1분기 출하량이 감소할 거라는 뜻밖의 가이던스를 제시해 시장의 의심을 키웠다"며 "하지만 업황은 초호황이며 특히 중국 시장이 전년대비 100% 넘게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초호황에도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보수적 가이던스를 제공한 이유로 "생산라인을 풀가동해도 재고가 없어 출하량을 늘릴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1년 365일, 24시간 100% 풀가동하는 구조로 생산량을 고의로 줄이는 것이 불가능하다. 즉 1분기에는 설비를 풀가동해도 재고를 모두 소진해버린 까닭에 수요를 따라갈 수 없어 보수적 전망이 나왔다는 분석이다.



이 상무는 "보수적인 공급업체 상황을 고려할 때 올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진짜 슈퍼사이클'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며 "큰 파도를 즐기기 위해선 때론 용기가 필요하므로 반도체주 주가 조정시 비중확대를 권고한다"고 조언했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수석연구원도 "D램 가격 급상승에 따른 추가 가격상승 모멘텀은 낮아지겠지만 시장 우려로 D램 업체들이 무리한 투자를 자제할 것"이라며 "반도체 업체들의 증산 자제가 업황을 더욱 단단하게 이끌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외국계證 "2017년이 고점…시점은 논란"=장밋빛 전망을 확신하는 국내 증권사와 달리 외국계 증권사들은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UBS의 반도체 업황 1분기 고점 주장과 SK하이닉스 투자의견 하향은 시장에 충격을 줬지만 다른 외국계 증권사들도 1분기 또는 2·3분기에 업황이 최고조에 달한 뒤 하향길에 접어들 거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JP모건은 D램의 경우 1분기에 고점을 기록하고 1분기 말부터 가격 하락이 시작돼 2분기부터 수요 감소 리스크가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노무라는 3분기에 업황이 고점을 찍은 후 서서히 내리막길을 걸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창원 노무라한국법인 리서치헤드는 "내년에 반도체 업체의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은 시장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올해 고점이 언제인지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것인데 UBS가 제시한 1분기 고점론은 시점이 예상보다 이르다는 점에서 차익 실현의 빌미가 됐다"고 설명했다.

JP모간은 D램과 낸드 플래시의 전망을 다르게 보고 있다. D램은 올해 1분기를 고점으로 2분기부터 수요 감소가 나타나고 2018년에는 역성장을 예상했다. 반대로 낸드는 내년에 역사상 처음으로 D램을 압도하며 높은 한 자릿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박정준 JP모간 전무는 "도시바를 제외한 반도체 업체가 업황에 힘입어 주가 강세를 보였지만 앞으로는 D램 업체와 낸드 업체의 방향성이 엇갈릴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을 최선호주로 제시하며 SK하이닉스는 랠리를 쫓기보다는 차익실현 기회를 노리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