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요즘 부동산, 신혼부부 안 반겨요"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2017.02.09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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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요즘 부동산, 신혼부부 안 반겨요"


"요즘 부동산에 신혼부부가 많이 찾는데, 별로 환영 못 받을 거예요."

봄 결혼 시즌을 앞두고 신혼집 구하기가 한창인 요즘. 취재 현장에서 만난 부동산 중개업자는 신혼부부는 반기는 고객이 아니라고 털어놨다.

주머니 사정은 뻔한데 깨끗하고 좋은 집만 찾아서, 열댓 곳을 보여줘도 시큰둥하고 계약이 실제 성사되는 일은 드물다는 이유에서다.



중개업자들은 "특히 나이 어린 고객들은 부동산 물정을 잘 모른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형편에 맞는 집을 소개하면 마음에 안 들어하고, 좋은 집은 비싸니 중개하는 입장에서 난감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전셋값이 최근 다소 하락했다곤 하지만 신혼부부에게 집 구하기는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임을 부동산 중개업자의 '넋두리'로 짐작할 수 있다.



부모나 은행 도움 없이 자력으로 서울에서 신혼집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진 게 현실이다. 싼 집을 찾아 경기 외곽으로 밀려나 3~4시간에 달하는 출퇴근 시간을 감수하는 이들도 적잖다.

그나마 최근 경기도 신규분양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하면서 서울 전세 매물이 늘고 전셋값도 조정세를 보이는 것은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하지만 그마저도 낙관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공급 증가로 역전세난 우려가 제기되는 지역에서 집값이 함께 하락하면 자칫 '깡통전세'가 양산될 가능성이 적잖기 때문이다.


미국이 올해 금리인상 기조를 분명히 했고 국내 금융권 대출도 어려워져 재정적으로 취약한 집들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부동산 거래 경험이 적은 신혼부부들은 쉽게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당장 서울에서 신혼집을 구하는 예비 부부들은 집주인이 받은 주택담보대출 금액과 전세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집값의 70%를 크게 초과하지는 않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보증금을 떼일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대출금액이 많다면 잔금을 치를 때 대출 전체 혹은 일부라도 상환토록 임대차계약서에 명시할 것을 권한다. 세입자 모르게 주택담보대출을 추가로 받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파트가 아닌 다가구주택의 경우 선순위 임차인이 몇 가구인지, 선순위 보증금 합계가 얼마나 되는지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대출금액이 많아 전셋값이 저렴하게 나온 집이나 주변에 공급이 몰려 앞으로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기 쉽지 않을 수 있는 곳은 피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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