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70만원 부른 사나이 "주가 해방시킬 열쇠 많아"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7.01.3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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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창원 노무라금융투자 한국법인 리서치헤드(전무)

삼성전자가 200만원을 뚫기도 전에 목표주가를 270만원으로 상향한 애널리스트가 주목받고 있다. 정창원 노무라금융투자 한국법인 리서치헤드(전무·49)가 그 주인공. 270만원은 증권가 목표주가 역대 최고치에 해당된다.

정창원 노무라한국법인 전무/사진=오정은 기자 정창원 노무라한국법인 전무/사진=오정은 기자


지난해 12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250만원으로 올린 정 전무는 4분기 확정 실적 발표일(24일) 하루 전인 23일에 또다시 목표가를 27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통상 확정 실적이 발표된 다음에야 목표가를 조정하는 증권가 관행과 달리 실적을 보기도 전에 자신감을 피력한 것이다.



정 전무는 "삼성전자 확정 실적이나 주주환원 내용을 볼 것도 없었다"며 "기대에 부합하거나 기대 이상일 것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24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자사주 매입 규모는 증권가의 예상을 2조원 이상 웃돌았다.

목표가와 더불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도 52조8000억원으로 올렸다. 앞서 맥쿼리는 '최선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라는 단서를 붙여 올해 영업이익이 51조원까지 가능하다는 공격적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노무라는 이보다 더 높은 52조8000억원을 제시했는데 이는 블룸버그 컨센서스 보다 36% 높은 수치다.



그는 "삼성전자의 부문별 실적은 항상 엇갈렸는데 올해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이 동시에 돈을 벌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이런 순간이 몇 번 없었는데 드디어 때가 왔고 삼성전자 주가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 전무가 가장 좋게 보는 부문은 반도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치킨 게임'의 승자인 삼성전자가 그 수혜를 고스란히 가져갈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제시한 보수적 전망과 달리 그는 넘치는 수요와 부족한 공급이 맞물려 삼성전자의 실적 급증이 계속될 것으로 판단했다.

IT 업종 베테랑인 정 전무는 2014년 7월 리서치헤드로 부임, 2주 만에 "코스피 3000 가능하다"는 내용의 파격적 보고서로 증권가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삼성전자도 50% 주가상승 여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130만원에 불과했고 아무도 200만원 돌파를 예상하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허무맹랑한 것으로 치부됐던 노무라의 전망은 이제 현실이 됐다. 정 전무는 "20% 미만인 배당성향이 50%로 올라간다면 주가가 2배 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며 "당시 삼성전자 50% 상승을 전망했지만 예상보다 더 빨리 200만원에 도달해 놀랍다"고 언급했다.

실적도 실적이지만 주주환원 정책이 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현행 주주환원 기준인 잉여현금흐름(FCF) 대신 순이익이 주주환원의 기준이 될 때 주가 상승이 폭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잉여현금흐름은 설비투자나 인수합병에 따른 변동성이 높아 순이익을 기준으로 해야 안정적인 주주환원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노무라가 추정한 삼성전자의 올해 순이익은 약 40조원이다. 2016년 기준 삼성전자가 주주환원하는 금액이 12조5000억원인데 2017년 순익의 절반을 주주환원에 쓴다면 주주환원 규모는 단숨에 20조원으로 뛰게 된다.

정 전무는 "270만원의 목표주가는 사실 보수적으로 추정한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주가를 해방시킬 열쇠는 아직도 많다"고 말을 맺었다.

◇정창원 노무라금융투자 한국법인 전무=동서증권에서 애널리스트로 첫 발을 디딘 뒤 1998년 대우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로 이직, 금융위기 여파로 리먼브라더스가 노무라에 합병되자 노무라의 IT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2014년 리서치헤드로 발탁, IT 애널리스트와 리서치헤드를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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