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블룸버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트럼프가 결코 빈말을 하지 않았을 거라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미국이 마지막으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1994년과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식을 일주일 앞둔 지난 13일에도 같은 신문과 가진 회견에서 "달러 강세가 지나치다"며 "달러 강세가 우릴 죽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달러 강세를 문제 삼으며 중국의 위안화값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고 불평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3일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게 대중 무역수지 불균형과 중국의 군사적 부상에 대한 경계감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초대 위원장으로 지명된 피터 나바로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미국인이 중국 제품을 사는 것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지원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은 아니라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기 위한 문턱을 상당히 낮춘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위안/달러 환율 추이/그래프=블룸버그
환율조작국엔 무역협상 재검토, 연방정부 조달시장 진입 금지, 국제통화기금(IMF)의 환율정책 감시 강화와 같은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다.
미국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4년에 마지막으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문제는 '포괄무역·경쟁력강화법'의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015년에 '무역원활화·무역집행법'을 제정해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을 확립했다. △대미 무역흑자 200억달러 초과 △GDP(국내총생산)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 3% 초과 △GDP 대비 달러 순매수액 2% 초과(환율개입) 등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환율조작국이 된다.
현재 3개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나라는 없다. 한국, 독일, 대만, 일본 등이 2개의 조건에 걸려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중국은 무역흑자 조건에만 해당된다. 더욱이 중국 정부는 최근 오히려 위안화 평가절하를 막느라 환율방어에 진땀을 빼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반발할 명분이 많은 셈이다.
니혼게이자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원활화·무역집행법'을 근거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방법은 없지만 '포괄무역·경쟁력강화법'도 유효하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결단으로 모호한 기준을 적용하면 중국에 환율조작국 꼬리표를 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블룸버그는 지금은 클린턴 행정부 때와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1992부터 1994년까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환율정책 공조를 유도하고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협상이라는 '당근'을 제시할 수 있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지렛대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 20여년간 급성장한 중국에 미국과의 양자무역 비중은 예전만 못하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을 주장하는 사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을 통해 자유무역의 수호자로 부상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무역마찰을 빚으면 미국의 우방인 한국, 일본, 대만 등 중국과 밀접하게 얽힌 나라들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