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롯데콘서트홀 서울시향 공연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 헝가리 피아니스트 데죄 란키(왼쪽)와 수석객원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사진제공=서울시립교향악단
2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향의 '마르쿠스 슈텐츠 사이클: 낭만주의 시대의 혁명가들' 공연은 슈텐츠의 수석객원지휘자 취임 공연이었다. 리허설 때 지휘봉이 세 동강 날 정도로 연습에 몰두했던 그다. 열정적인 연습 때문이었을까. 공연이 막 끝난 뒤 슈텐츠의 얼굴엔 만족감이 흘렀다. 그는 "무대 위에서 스파크(spark·불꽃)가 튀어나오는 것을 또다시 경험했다"며 "매우 신나고 만족스러운 연주였다. (오케스트라가)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2일 연속 취임공연을 선사한 슈텐츠는 "신나고 만족스러운 연주였다"고 자평했다./ 사진제공=서울시립교향악단
란키와는 첫 호흡 역시 만족스러웠다. 슈텐츠는 "그는 매우 정교한 연주를 보여줬다"며 "깊은 소리가 나오는 믿을 수 없는 연주"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30년 만에 내한, 서울시향과 처음 합을 맞춘 란키는 살짝 미소를 보였다. 헝가리의 3대 피아니스트로 꼽히며 리스트음악원에서 공부하기도 한 그에게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자신의 정체성을 담아 고향을 연주하는 작품이다.
헝가리 피아니스트 데죄 란키는 리스트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연주했다. 30년 만에 내한한 그에게선 노련함이 묻어났다. /사진제공=서울시립교향악단
이날 슈텐츠와 서울시향은 스트라빈스키의 초기작 '장송적 노래'를 아시아 초연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유실됐다가 2015년 한 세기 만에 다시 발견된 작품이다. 음울한 트레몰로로 시작된 곡은 이내 금관과 현악이 진입하며 확장됐다. 중간중간 '왕벌의 비행'을 연상시키다가 장중하게 마무리된다. 짧지만 다채로운 색깔이 묻어났다.
메인프로그램은 슈만 교향곡 2번으로 그가 우울한 시기에 작곡된 곡이지만 역설적으로 희망적인 분위기를 전달했다. 슈텐츠는 힘있는 지휘로 시향을 이끌었다. /사진제공=서울시립교향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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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르초 악장(2악장)에선 현악기들이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질주하듯 연주하는 부분이 살아났다. 론도풍의 3악장에서야 잠시 호흡을 다듬듯 분위기가 전환됐다. 다만 슈만은 3악장에서도 침울함보다는 아련함에 가까운 감정을 담았다.
마지막 4악장은 고통을 이겨내고 새롭게 시작하려는 희망이 담겨있는 듯했다. 금관은 1악장과 수미상관 하듯 맞물렸다. 음 하나하나는 명징하고 힘찼다. 마무리를 장식한 팀파니의 강한 연타는 환희로 나아가려는 듯한 슈만의 의지가 엿보였다.
이날 공연에는 클래식 저변 확대를 위해 소방관 및 가족, 특수학교 교사, 서울시 어린이병원 직원 등 시간적 제약으로 문화를 즐기기 어려운 150명이 초청됐다. 슈텐츠의 무대가 끝나자 이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수석객원지휘자로 성공적인 데뷔무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