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부산에서 해운항만 지원책 쏟아내…'PK 1위' 굳히기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17.01.2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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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4조~5조원 규모 한국해양선박금융공사 설립 등 언급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부산 중구 남포문고를 찾아 일일판매도우미를 하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7.1.20/뉴스1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부산 중구 남포문고를 찾아 일일판매도우미를 하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7.1.20/뉴스1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가 정치적 고향인 부산을 찾아 민심잡기에 나섰다. 해양항만 산업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부산 지역경제를 위한 4조~5조원 규모의 한국해양선박금융공사 설립, 해운회사 본사이전 인센티브 등의 정책대안을 언급하며 지역민심에 '당근'을 내놓았다.

문 전 대표는 20일 오전 10시 부산 중구에 위치한 부산항만공사를 방문해 법정관리 후 청산절차를 밟고 있는 한진해운과 관련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문 전 대표는 그동안 한진해운 문제에 대해 "범정부적 대책없이 독단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며 정부를 비판해왔다. 부산항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법정관리로, 지역경제가 위기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정부의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 과정을 거론하면서 "정부의 무능함, 무책임에 대해서 정말 한숨이 나오고 분노가 치민다"고 격정적으로 비판했다. 해운산업 구조조정 기회를 날렸을 뿐만 아니라, 한진해운이 보유한 영업망들에 대한 인수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의 직격탄을 맞은 부산지역 해운산업 및 항만사업을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본금 4조~5조원 규모의 한국해양선박금융공사 설립, 부산항만공사가 중심이 된 글로벌항만터미널운영회사 설립, 해운회사들의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조성을 통한 해양플랜트 국내수요 창출 등을 거론했다.



특히 한국해양선박금융공사에 대해서는 "지금 정부에서 자본금 1조원 규모로 한국선박회사를 추진하고 있는데, 규모도 부족하고 전체적으로 미흡하다"며 "4조~5조원 규모로 설립해서 신조선를 발주하기도 하고, 해운 회사로부터 선박들을 매입해 다른 회사에 임대하기도 하며, 선박보증 역할도 해 부산 항만산업을 살리는 중추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는 이같은 구상을 공약으로 제시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공약은 좀 더 다듬어야 한다"고 답하면서도 "한국해양선박금융공사는 부산의 해운산업을 살릴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며 정책 추진의 의지를 보였다. 해운회사들의 본사 이전에 대해서도 "해운회사들의 주 영업지는 부산인데 본사는 서울에 둔 경우가 많다"며 "본사를 부산으로 내려오게 하는데 정부나 지자체가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부산항만공사에서의 일정을 마친 후 중구의 남포문고에서 일일 판매도우미로 나섰다. 오후 2시에는 부산진구 부산상공회의소로 이동해 경제 간담회를 가졌다. 오후 7시40분에는 동구의 부산일보사에서 진행되는 부산시당 신입당원 환영회 참석 일정도 잡았다. 직접 시민·당원들과 접촉하고, 지역경제 문제를 청취하며 설 연휴를 앞둔 바닥민심 다지기에 나선 셈이다.


문 전 대표는 2012년 대선에서 부산 39.9%, 경남 36.3%, 울산 39.8%의 득표율을 보였지만 60% 내외로 지지를 받은 박근혜 당시 후보에게 밀렸었다. 다가오는 조기대선에서는 이보다 높은 득표율을 올려 1위 후보 자리까지 노린다는 계획이다.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서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 등에 앞서 부산·경남 지지율 1위를 달리며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는 평가다. 지난 총선에서 부산 5명, 경남 3명의 민주당 당선인을 배출할 정도로 지역민심이 변한 것도 호재다.

부산 지역의 경기가 내리막을 걷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경제 대책을 향후 제시할 게 유력하다. 이날 경제 관련 일정을 대거 잡은 것도 이같은 전략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문 전 대표는 남포문고에서 기자들과 만나 "요즘 우리 경제가 아주 어려운데, 지역경제는 더욱 어렵다. 경제의 어려움을 해소할 방안을 찾고자 방문했다"며 "특히 부산은 주력산업인 항만·해운·조선 산업들이 장기적 불황을 겪다가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있어서 특히 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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