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끝이라 했을 때부터 4년, 신한금융 정점에 서다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2017.01.19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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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행복' 강조하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후보자

 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인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신한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 회장후보 심층면접을 위해 19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신한은행 본점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7.1.1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인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신한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 회장후보 심층면접을 위해 19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신한은행 본점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7.1.1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3년 2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후보자가 신한은행 부행장에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당시 업계에서는 그의 승진은 여기에서 끝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은 신한금융 회장과 주요 계열사 5곳의 CEO(최고경영자)가 참여하는 ‘그룹경영회의’에는 참여했지만 서열이 꼴찌다.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생명, 신한금융투자에 이어 자산규모가 가장 작기 때문이다. 최방길 전 사장을 비롯해 자산운용 대표로 나간 임원들은 모두 그 임기를 마지막으로 퇴직하고 다시 주요 자회사로 복귀하지 못했다. 조 후보자는 마음을 비우고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2년이 흐른 2015년 2월, 조 후보자는 신한은행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고 서진원 전 행장이 와병으로 물러난 자리였다. 조 후보자는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이성락 당시 신한생명 사장. 김형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과 경합을 벌여 신한은행장 자리를 따냈다.

조 후보자의 ‘부활’에 대해 업계에서는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의 깜짝인사로 평했다. 그룹내 경영권 분쟁이 불거졌던 신한사태에서 가장 자유로운 인물이란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조 후보자는 서 전 행장의 공백을 메우고 리딩뱅크로서 신한은행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면서 차기 회장 후보로 급부상했다. 한 회장에 비해 10살 가량 어려 너무 젊다는 평이 있긴 했지만 가장 큰 계열사를 이끌고 있는 현직 CEO인 만큼 차기 회장 후보로 가장 자연스러웠다.



2017년 1월19일,조 후보자는 만 59세의 나이로 신한금융 차기 회장에 내정됐다. 라응찬 회장(2001년 9월 취임, 만 61세), 한동우 회장(2011년 3월 취임, 62세) 등 역대 회장 가운데 가장 어린 나이다. 모두가 끝이라고 생각했던 4년 전과 비교하면 최연소로 신한금융의 정점에 오른 지금은 격세지감마저 느껴진다.

조 후보자의 별명은 ‘엉클(Uncle)조’다. 옆집 삼촌처럼 친근하게 직원들에 다가가 허물없이 소통하면서 붙은 별명이다. 분위기가 경직됐다 싶으면 건배사로 노래를 부르거나 시를 읊어 사람들의 마음을 녹인다. 지난 4월 현장을 방문했을 때는 젊은 직원들 앞에서 평소 좋아하는 도종환 시인의 시 ‘담쟁이’의 한 구절을 건배사로 인용했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중략)/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지역 현장을 방문할 때는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그 지역 특색이 담긴 노래를 준비하곤 한다. 부산에 방문했을 때는 ‘돌아와요 부산항에’나 ‘부산 갈매기’를 부르고 호남 지역에 가면 ‘남행열차’를 즐겨 한다. 대전 출신인 조 후보자는 각 지역 사투리를 익혀 건배사로 애용하기도 한다.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직원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대접에 소주와 맥주를 섞어 한 사람씩 돌아가며 마시는 ‘화합주’를 즐겨 하는데 못 마시는 사람은 덜 마시고 잘 마시는 사람은 많이 마시면 된다”며 “다만 마지막 사람이 남은 술을 다 마셔야 하는 규정이 있어 서로 배려해주며 마셔야 한다”고 말했다.

분기에 1~2번씩은 무작위로 선발된 젊은 직원들과 아침 식사를 함께 하며 대화한다. 조 후보자가 직원들과 만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이유는 회사가 잘 되려면 직원의 행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는 항상 “직원 행복이 우선”이라며 “무조건 직원이 행복해야 조직이 발전하고 혁신이 일어난다”고 강조한다.

조 후보자의 소통 리더십은 보고받을 때도 잘 드러난다. 조 후보자는 신한은행장이 되자마자 임원들에게 “정말 필요한 보고만 대면 보고를 하라”라며 불필요한 보고를 최소화했다. 다만 기본 원칙에 어긋났을 때는 따끔하게 야단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신한의 가치, 윤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을 때나 성과 평가주의에서 벗어나 동정심으로 직원을 평가했을 때는 단호하게 한 말씀 한다”고 전했다.

조 후보자는 자기 관리도 투철하다. 마라톤광으로 46세 이후 마라톤 풀코스를 10번 완주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재직 때는 당시 자택이 있던 서울 당산동에서 여의도 사무실까지 뛰어 출근했다. 신한은행장으로 취임한 후에는 신한은행 본점과 가까운 곳으로 이사해 틈이 날 때마다 서울 서대문구 안산 등산로 등 자택 주변 산책로를 달린다.

◇약력
△57년 대전 출생 △대전고 △고려대 법학과 △신한은행 입행(84년) △신한은행 미금동지점장 △신한은행 세종로지점장 △신한은행 인사부장 △신한은행 기획부장 △신한은행 강남종합금융센터 센터장 △뉴욕지점장 △글로벌사업그룹 전무 △경영지원그룹 전무 △리테일 부문장 겸 경영추진그룹 부행장 △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신한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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