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던 증권사 랩어카운트 "뭉칫돈 빠져 조정국면"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7.01.18 04:30
글자크기

잔액 100조 돌파 후 감소로 반전…현금수요 커진 법인자금 이탈 수익률 하락도 원인

뜨겁던 증권사 랩어카운트 "뭉칫돈 빠져 조정국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던 증권사 랩어카운트(개인자산관리계좌) 시장이 한풀 꺾였다. 수익률 하락으로 투자 매력이 예전만 못한데다 연말과 연초에 현금 수요가 커진 법인이 해지에 나섰기 때문이다. 급성장하던 랩어카운트 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랩어카운트 잔액은 99조8298억원으로 전달(100조3146억원)에 비해 4848억원 감소했다.



증권사가 고객 자산을 배분하고 운용하는 랩어카운트는 2001년 첫선을 보인 후 최근 2~3년 사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매달 증권사별로 랩어카운트 실적을 취합해 발표하는데 지난해 11월 통계치는 아직 집계 중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실적 역시 전달에 비해 소폭 증가하거나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랩어카운트 잔액은 지난해 4월 이후 매달 1조~2조원 가량 늘어나 지난해 9월 처음으로 100조원대를 넘어섰던 점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확연히 둔화됐다. 지난해 연말을 앞두고 법인 중심의 대규모 자금 이탈이 있었던 반면 신규 유입은 더딘 것으로 추정된다.

한 증권사 상품팀 관계자는 "사내 유보금을 계열 증권사 채권형 랩어카운트에 맡긴 한 대기업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지속적으로 해지에 나선 것으로 안다"며 "여기에 실적 악화로 유동성이 부족해진 법인도 해지한 뒤 현금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랩어카운트 계약 건수가 지난해 10월 153만2240건으로 전달에 비해 5603건 증가했는데도 잔액이 줄어 법인의 뭉칫돈이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랩어카운트가 조정 기미를 보이면서 증권사 수익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개인 투자여력 감소와 증시 조정에 따른 수익률 부진까지 겹쳐 뜨겁던 랩어카운트 시장이 식은 상태"라며 "금리 상승으로 증권사의 채권투자 손실이 확대된 상황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랩어카운트란 증권사가 고객 계좌를 주식·채권·펀드·주가연계증권(ELS) 등에 분산 투자하는 종합 자산관리 상품을 말한다. 자문형랩과 일임형랩으로 구분하는데 자문형랩은 증권사가 투자자문사로부터 조언을 받는 방식이고 일임형랩은 증권사가 직접 운용하는 구조다. 일임형랩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TOP